제546장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은 이천후가 자신과 절친한 친구의 남자라는 점이었다. 흥분이 사라지자 천희연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녀는 그 모든 일이 한낱 꿈이었기를 바랐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천후가 폭풍처럼 그녀를 몰아붙이던 순간의 고통이 아직도 생생했다. 머리는 흐트러졌고 얼굴에는 아직도 홍조가 남아 있었다. 이천후는 이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다. 이미 일이 벌어졌으나 그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제 막 처음 만난 천희연은 어느덧 그에게 가장 익숙한 여자가 되었다. 심지어 이천후는 그와 함께 3년 동안 살면서 여러 차례 육체적 교감을 나눈 임은설보다도 천희연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천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옷을 입은 후 천희연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이천후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시선을 피했다. 이천후는 침대 끝에 앉았고 천희연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두 사람의 마음은 각기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참 지난 후 이천후가 마침내 한숨을 쉬며 어색한 침묵을 깼다. “희... 희연 씨.” 천희연은 고개를 돌린 채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보지도 않았다.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질게요.” 이천후는 천희연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보며 무력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천후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천기태가 먹인 약에 중독되어 있었고 이 비밀스러운 곳에 갇혀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운명의 장난이었다. 하지만 천희연의 마음을 찢어놓을 듯한 울음소리가 떠오르자 이천후는 가슴 깊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다시 한번 천희연을 바라보았다. 비록 천희연이 하얀 혼례복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몸은 이미 이천후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천희연은 마침내 고개를 돌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책임질 필요 없어요.” 그 말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