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7장

이천후는 천도혁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존경심이 일어났다. 그는 아내와 딸의 복수를 위해 자신을 적에게 바치면서 무려 십 년 동안이나 참고 견뎌왔던 것이다. 이 정도의 의지와 인내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고 감동을 자아냈다. 이천후는 전에 천도혁을 겁쟁이라고 생각했고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남자라고 여겼다. 그러나 사실 천도혁은 그 누구보다도 당당한 사내였다. “천도혁, 너 도대체 무슨 독을 사용한 거야?” 천기태의 긴 눈썹이 심하게 떨렸고 복부에서 마치 수천 개의 화산이 동시에 폭발하듯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고통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독이 너무나도 강력하여 그의 단전 기운을 전혀 끌어올릴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이 늙은 악마야, 지금 느낌이 아주 좋지? 이 독은 바로 너의 금강불파공을 무력화시키는 극독, 쌍꼬리 황금전갈의 독침에 있는 독이야!” 천도혁은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쌍꼬리 황금전갈? 나조차도 몰랐던 금강불파공의 약점을 넌 어떻게 안 거야?” 천기태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지. 이 죽일 놈의 금강불파공을 깨기 위해 무려 7년 동안 연구했어. 하늘이 나를 도운 거지, 아니, 내 아내와 딸이 저승에서 나를 지켜준 거야. 그 덕에 마침내 네 금강불파공을 깨뜨릴 방법을 찾아냈어.” “이제 네가 죽을 날이 다가왔어! 나는 십 년 동안 매일 밤마다 가슴이 도려내지고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견뎌왔어.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이 날을 맞이한 거야!” 천도혁의 눈빛에는 복수의 쾌감이 가득했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고 잔인해 보였지만 그를 지켜보는 이천후에게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게 느껴졌다. ‘천도혁이 십 년을 참으며 아내와 딸의 복수를 위해 살아왔다니, 진정한 남자네.’ “크... 큰아빠, 저... 저흰... 모두가 큰아빠를 오해했어요...” 이때 정신이 조금 남아 있던 천희연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천도혁은 하루 종일 조상 천기태 곁에 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