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3장
이천후는 감탄하며 말했다.
“민희 성녀는 점점 더 세속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는군요. 수많은 성녀들 중에서도 민희 성녀와 견줄 수 있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와, 이런 말을 네 입에서 듣다니, 정말 놀라운걸?”
조민희는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듯 이천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잠깐, 이거 뭔가 이상한데? 왠지 네가 지금 떨떠름한 기분을 감추려 일부러 나를 칭찬하는 것 같단 말이지? 이천후,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라도 있어?”
이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의심하지 마요. 그냥 느낀 대로 말한 것뿐이에요.”
조민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천후를 응시하더니 곧바로 비법을 펼쳐 그의 저장 반지 속을 살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천후! 네 이놈, 탁재환이 거짓말한 게 아니었잖아! 진짜로 네가 내 걸 가져갔어?”
쾅.
강렬한 기운이 조민희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녀는 살기를 가득 품은 눈빛으로 이천후를 노려보았다.
이천후는 급히 뒤로 물러서며 손을 내저었다.
“오해하지 마요! 이건 내가 탁재환에게서 돌려받은 거예요! 전 다시 민희 성녀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것뿐이라고요!”
“흥, 더러운 놈! 그걸 내가 믿을 거 같아?”
조민희는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한층 더 매섭게 다가왔다. 그녀의 긴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며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정말이에요! 그날 탁재환과 함께 천극해의 미혜 고대 성녀를 급습했을 때...”
이천후는 최선을 다해 설명했고 한참을 설득한 끝에야 겨우 조민희의 분노가 조금 누그러졌다.
이천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여자, 진짜 맹수구먼. 조금만 틈을 보이면 바로 덤벼드네.’
이천후는 옆에 있던 청이를 소개하고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온몸이 잿빛이 된 탁재환을 데리고 한해성을 향해 나아갔다.
붉은 달이 밤하늘에 걸려 있고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천 리에 걸쳐 붉게 물든 대지 위로 멀리서 들려오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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