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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한유서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한아연에게 달려갔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괜찮아.” 한아연이 별일 없이 일어섰다. 하이힐을 신고 있어 걸려 넘어진 것이다. 그녀는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선 다음, 손에 든 하이힐을 황강식 쪽으로 힘껏 던졌다. “나쁜 놈아!” 날아간 하이힐은 황강식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혔다. 그러나,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하이힐을 두 손으로 들고 코에 갖다 대더니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황홀해하는 황강식의 변태 같은 표정을 본 한아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유서가 그녀의 손을 끌고 3층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남은 세 명의 보디가드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아가씨 옆에 남은 건 이제 한유서 자신뿐인데, 제발 한강석이 빨리 도착하기를... ........... 혈영지의 강력한 약효로 이천후의 오래된 내상은 신속하게 회복되고 이었다. 십여 분 후, 영지를 다 사용하기도 전에 그의 내상은 모두 치유되었다. 이천후는 몹시 기뻤다. 내상 치유가 이렇게 순조로운 이유는 영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몸을 잘 보하고 관리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천후는 이제 단수련 1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이천후도 바깥 상황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한아연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듯했다. 그러나, 단수련 1단계에 오르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그 시간 한아연과 한유서는 이미 황강식을 피해 5층을 오르고 있었다. “한강석 대장은 어째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마음 급한 한유서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때, 한강석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비서, 수많은 사람들이 당운각을 둘러싸고 있어요. 이 사람들 차로 길까지 다 막아서, 내가 사람들 데리고 세 번이나 뚫어 보려고 했는데... 불가능입니다...” 한유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대장, 당신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길을 뚫어 내세요. 아가씨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오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가씨 옆에까지 가서 죽겠습니다.” 한강석이 큰 소리로 외쳤다. “소용없어. 한강석 기다리지 마. 황씨 가문이 작심하고 벌인 일이야.” 한아연이 눈을 감은 채 둘째 삼촌 한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 저 지금 당운각인데, 어려움이 생겼어요. 일련번호 H-J 소대를 보내주세요.” 한민우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일련번호 H-J 소대는 너도 알다시피 결사대야. 우리 한씨 가문의 비밀 부대라고. 생사존망의 상황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어.” “제가 죽으면, 운해에 있는 한씨 가문의 사업은 모두 끝장이에요.” 한아연이 말했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가주님께 먼저 물어보마. 기다려라...” 한민우가 전화를 끊었다. “젠장!” 한아연이 험한 말을 내뱉었다. 상황이 이지경인데 뭘 물어본다는 거야? 한민우는 그녀의 생사에 관심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더 이상 침착할 수가 없었다. 황강식에게 잡히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황강식 일행이 또 위로 올라왔다. “한아연, 도망 못 간다니까. 오늘 내가 반드시 이천후라는 놈을 죽여버리고, 너를 차지할 거야.” 황강식이 음흉하게 웃었다.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한아연의 유혹적인 몸매를 훑었다. 맨발의 한아연은 한유서와 함께 6층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황강식이 그들을 복도로 몰았다. “이제 더 갈 곳도 없잖아. 이천후를 불러와. 내가 그놈을 죽여 줄테니.” 황강식이 사악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천후? 이미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지만, 한아연은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천후! 할아버지는 그가 무예와 의술에 탁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내상을 치료하는 중요한 단계에 있다. 한아연은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천후가 어서 내상을 치유하고 그녀를 구하러 오기를... “아가씨, 이놈들 제가 해결할게요.” 한유서는 늑대같이 시커먼 남자들을 쳐다보며 하이힐을 벗고, 머리를 묶었다. 휙! 그녀가 다리를 힘껏 구르자, 그녀의 몸이 갑자기 화살처럼 튕겨나가며 도약했고, 그녀는 그들 중 우두머리를 향해 다리를 뻗어 그의 턱을 가격했다. 여자의 움직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검은 옷의 우두머리는 한유서의 다리에 정통으로 턱을 맞았고,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으악!” 검은 옷의 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뒹굴었다. “이 아줌마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 한유서를 쳐다보는 황강식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네 명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서 한유서를 제압하려 했다. 한유서는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결국 네 명의 남자를 쓰러뜨렸다. “젠장, 이 아줌마 뭐야? 경전, 당신이 해결해.” 황강식이 한유서를 노려보았다. 내내 오만한 얼굴로 옆에 서 있기만 하던 청년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퍽! 그는 주먹으로 한유서를 한대 쳤다. 반무릎을 꿇으며 고꾸라진 한유서의 입에서 한줄기 선혈이 넘쳐흘렀다. “내경 무사?” 한유서가 놀란 표정으로 짧은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내 상대가 아니야. 나는 여자를 죽이지 않아. 비켜!” 경전이라 불린 청년이 담담하게 말했다. 한유서가 광기 서린 눈동자로 몸부림을 치며 일어났다. “아가씨에게 가려면 내 시체를 밟고 가!” “뭐?” 경전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내경이 폭발했다. 마치 호랑이가 하산하는 듯 그의 한 손이 한유서의 가슴을 가격했다. 철퍼덕! 한유서의 몸이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십여 미터 날아가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비서” 한아연이 울며 달려가 한유서를 안았다. “아가씨, 제가 이놈들을 막을 게요...” 한유서는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한아연, 이천후를 불러.” 황강식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한아연은 그의 여자다. 어떤 남자도 그녀에게 손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소식을 들고 온 사람은 이천후가 한아연의 새 남자친구라고 했다. 황강식은 그를 죽일 것이다. 내 여자를 빼앗아 가는 놈은 죽어 마땅해. 한아연은 이를 악물었다. 이천후는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다. 제발 빨리 와서 나를 구해주기를... “그놈을 보호하겠다?” 황강식의 표정이 더욱 음울해졌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놈을 지킨다? 황강식의 질투심이 더욱 부추겨졌다. 그는 짐승처럼 한아연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바닥에 눕혔다. “비켜!” 한아연이 황강식의 뺨을 후려쳤다. 황강식의 뺨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새겨졌다. 그는 더욱 미친 듯이 한아연을 내리누르며 그녀의 옷을 찢었다... .......... 이천후는 방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흰 띠처럼 보이는 기류가 그의 입과 코 사이를 맴돌고 있었는데, 마치 교룡이 서로 엉키며 선회하는 듯했다. 그가 갑자기 입을 벌리자, 그 흰 띠가 맹렬하게 돌진하며 십여 미터를 나갔고, 공중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마침내, 그 흰 띠가 파열되는 순간 이천후가 눈을 떴다. 눈이 번쩍번쩍 빛났다. 오래전 잃었던 그 느낌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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