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운해, 황씨 가문 저택.
황명이 사는 저택은 66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부지 위에 아름답고 웅장하게 건축되어 있다. 그러나, 가옥과 정원이 우아하게 어우러진 이곳에 관해 전해지는 말들은 항상 운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에서 죽어나간 사람만 백 명도 넘는다 하고, 밤만 되면 도처에서 원혼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물론 그 원혼들은 생전에 황명과 대립하던 사람들이다.
황명을 염라대왕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무수한 사람들의 시체를 밟고 올라, 지금의 재산과 지위를 얻은 것이다.
그런 황명의 최근 골칫거리가 한씨 가문이다.
특히, 비즈니스의 귀재라는 한아연을 빨리 쫓아보내지 않는다면, 황씨 가문의 사업은 절반 이상 축소될 것이다.
지금 황명은 팔각정에 앉아, 온몸을 검은 망토로 감싼 남자를 맞은편에 두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록 선생, 내 아들이 조직의 사람들을 데리고 당운각에 갔으니, 한아연이 날개가 달렸다 해도 도망가지 못할 겁니다.”
황명이 맞은 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록 선생이라 불린 망토 입은 사람이 담담하게 말했다.
“500명이 넘는 사람을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한씨 가문과의 최후 결전인가요?”
“네, 한아연의 기세를 더 참아줄 수가 없네요. 운해에 계속 남겨뒀다가는 우리 황씨 가문 사업을 다 날리게 생겼어요.”
황명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우리 아들한테 사람들 앞에서 한아연을 욕보이라고 지시했습니다.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그런 짓을 당하면 한아연도 운해에 계속 머물지 못하겠지요.
그 여자만 떠나면 저도 맘이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한씨 가문에서 다른 사람을 보낸다 해도 내 적수는 못 되지요.”
록 선생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한아연을 쫓아내면, 아드님은 어떡합니까? 한씨 가문이 잘잘못을 따지고 들면 또 어떻게 수습하시고요?”
“강식이?”
황명이 가벼운 목소리로 자신의 악랄함을 시전했다.
“사생아일 뿐입니다. 한씨 가문에서 따지고 들면, 강식이의 머리를 들고 가서 사죄하면 돼요. 대의를 위해 아들을 희생하는 사람을 근사하게 연기하는 거죠.”
“내가 아들을 죽여 사죄한다는데, 한씨 가문이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하하하하...”
황명이 사악하게 웃었다.
제법 악랄하다는 소리를 듣던 록 선생도 황명의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사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들을 죽일 계획까지 세우다니...
이 인간 나보다 더 독하구나!
“록 선생의 그 제자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오늘 한아연은 호되게 당하고, 운해를 떠날 겁니다. “
황명이 담당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경전은 무도의 고수입니다. 한아연 주변 인물들 중 그를 당할 자는 없습니다.”
록 선생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이천후? 갈기 갈기 찢어 개밥으로 던져줘?
한아연은 열이 확 받았다. 그녀는 이천후를 오늘 처음 만났다. 어떻게 벌써 황강식의 귀에 들어갔지? 내 주위에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있나?
게다가 내가 이천후하고 뜨겁건 말건 자기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따져?
한아연은 이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예민하게 알아차렸다. 이천후는 그저 황강식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핑계일 뿐이다.
이때, 한유서가 다가와 한아연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가씨, 신분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대량으로 당운각 주위에 몰려들고 있어요...”
한아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한바탕 폭풍우가 휘몰아칠 모양이다.
“아가씨,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아가씨의 안전입니다. 제가 모시고 여길 떠날게요.”
한유서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황강식을 한 번 노려본 후, 한유서를 따라 떠나려 했다.
“멈춰!”
황강식이 소리쳤다.
“포위해!”
우르르!
그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한아연과 십여 명을 빙 둘러 포위했다.
그중 단 한 사람만 오만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는데, 그는 짧은 머리에 흰색 수련복을 입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한아연이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열이 받아서 말이야.”
황강식이 한아연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내가 너를 그렇게 오래 쫓아다녔는데, 어디서 튀어나온 지도 모르는 놈이 너를 뺏어 간다니... 내가 기분이 어떻겠냐?”
“그 녀석 불러와. 내가 화풀이를 좀 하고 나서, 너를 보내줄게.”
“웃기는 소리 작작해!”
한아연이 이를 악물었다.
“나하고 이천후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설령 무슨 관계라 해도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비켜, 안 비키면 나도 가만 안 있는다.”
“꺼져!”
한아연의 보디가드 하나가 참지 못하고 앞에 선 사람을 한대 쳤다.
그러나, 황강식 쪽 사람이 즉시 그를 바닥에 때려눕혔다.황강식이 데려온 사람들은 모두 일당백을 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아가씨, 가요...”
보디가드들이 필사적으로 한아연을 데리고 나갈 길을 열었다. 그러나 앞문 뒷문이 이미 모두 막혀있었고, 점점 다가오는 황강식을 피해, 그들은 모두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당운각은 6층 건물이다.
한아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머지는 모두 쓰러졌고, 겨우 4명이 남아 한아연을 보호하고 있었다.
한유서는 전화로 구조요청을 하며 한아연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연아, 너 도망 못 가. 오늘 내가 너를 내 여자로 만들기로 했거든.”
황강식은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위층으로 따라 올라오며 말했다.
건물 바깥에도 모두 황룡회의 사람들이다. 한아연은 이제 독안에 든 쥐다.
한아연은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운해에는 아직 한씨 가문 비장의 카드가 많이 있다.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한유서가 이미 드래곤 시큐리티 한강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장님, 여기 당운각인데, 아가씨가 위험해요. 사람들 좀 보내주세요. 어서요.”
“네, 알겠습니다.”
아직 끊어지지 않은 전화를 통해 한강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합! 모두 집합! 지금 모두 당운각으로 가서 즉시 아가씨를 구한다.”
“아가씨, 금령 쪽에 알려야 할까요?”
한유서가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아연이 대답했다.
“아니! 지금 와봐야 늦어. 괜히 걱정시키지 마.”
한유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는데, 황강식이 위층으로 올라왔다.
“아가씨를 보호해요.”
한유서가 소리쳤다.
한아연의 남은 보디가드 세 명이 즉시 한아연 앞으로 나섰다.
“악!”
한아연이 순간 소리를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