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9장
이천후는 처음부터 혈보등을 훔친 유천호에게 호감이 없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등장하자마자 사태의 경위를 따지지도 않고 마치 심판이라도 된 듯 호되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천후는 그런 태도에 질색하며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조민희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일 뿐인데 말이다.
게다가 소지한의 원수는 여황전의 도련님 중 한 명으로 성이 유씨였는데 혹시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유천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연태웅의 얼굴빛이 달라졌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이천후가 강단 있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토록 강경할 줄은 몰랐다. 여황전의 도련님인 유천호와 정면으로 맞설 줄이야.
그러나 가장 놀란 사람은 설충재였다. 그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천후 앞에 끼어들기까지 했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이천후가 자신과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은 것이 천운처럼 느껴졌다.
이천후가 유천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자신 같은 사람쯤을 무서워하겠는가?
“쳇, 흥미롭군.”
그리고 유천호의 태도는 의외였다.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이천후를 바라보며 웃음을 띠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조롱 섞인 냉소가 담겨 있었다.
“재미있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동년배 중에 나에게 이렇게 말대꾸한 사람은 너가 처음이야. 혹시 너 죽는 게 두렵지 않는 거야?”
유천호는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얼굴에서 미소를 거둬들이고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럼 너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
이천후는 전혀 기죽지 않고 단호히 받아쳤다.
물론 이천후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우암 대사의 준제자라는 배경만 믿고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그의 손에는 유천호가 혈보등을 훔치는 과정과 거래 기록이 적힌 장부가 있었다.
그 문서를 여황전의 전주에게 넘긴다면 유천호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목숨은 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심하게 망신을 당하고 권세를 잃을 가능성은 컸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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