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8장
유천호의 신분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고귀했다. 여의각 최고 장로가 가장 아끼는 손자였기 때문이다.
최고 장로는 여의각 내에서도 실권을 가진 인물이며 천부기의 기주로서 위계로 따지면 여의각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더군다나 여의각의 주인은 친아들이 없고 양녀 하나만 두고 있었기에 사실상 유천호가 여의각의 가장 촉망받는 후계자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유천호 도련님을 뵙습니다.”
천부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그와 가까워지려는 세력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유천호에게 인사했다. 그 장면은 장관이라 할 만했다. 이곳이 비록 서산 상회라 해도 지금만큼은 완전히 유천호가 주도하는 무대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런 존재는 어디를 가든 자신이 중심이 되는 법이었다.
그러나 유천호는 자신에게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는 이들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고 당연히 인사에 대한 답례도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조민희에게로 향해 있었다.
이처럼 대놓고 무시당했지만 누구도 기분 나빠하거나 감히 불만을 내비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찬란한 후광을 두른 듯한 이 젊은 영웅을 우러러보았다.
“유천호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여의각 부각주의 아들 설충재 역시 앞서 보여준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고분고분한 태도로 인사했다.
하지만 그 또한 다른 이들과 같은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유천호는 단 한 번도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조민희에게 고정되어 있었는데 거침없는 탐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천후의 시선도 자연스레 유천호에게 향했다. 그는 이 남자가 외부 세력과 결탁하여 여의각의 보물 혈보등을 훔쳤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유천호는 당당하고 위풍당당한 체구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하고 있었으며 날카롭게 깎아놓은 듯한 얼굴 일부를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오른쪽 귀에는 짙은 녹색이 도는 귀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온몸에서 넘치는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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