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장
이천후는 고개를 들어 보니, 하얀 안개로 자욱한 논밭이 보였다.
희미한 가운데, 오색찬란한 기이한 꽃과 풀들이 산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면서 코를 찌르는 약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중에 바로 이천후가 원하는 자단삼이 있었다.
이천후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심은주는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조용히 이천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좁고 밝은 눈 속에는 수상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살짝 치켜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나타났다.
이천후는 앞으로 몇 걸음 가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은주 씨, 같이 가요."
심은주는 잠시 멈칫하다 뒤이어 앞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단정하고 기질을 돋보이게 하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고운 머리를 높이 말아 미간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높이 세워진 옷깃은 가늘고 하얀 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치마 사이로 벌어진 틈을 따라, 하얀 두 다리가 보일 듯 말 듯했다.
여자의 오만가지 매력은 이 순간, 남김없이 드러났다.
이천후는 실눈을 뜨더니 웃는 듯 마는 듯 심은주를 훑어보았다.
"당신이 가서 따와요."
그는 앞에 있는 논밭을 가리켰다.
심은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못가겠어요?"
이천후는 비웃음이 떠올랐다.
심은주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이천후는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더니 놀라운 기세를 내뿜었다.
곧 강력한 진기가 용처럼 앞으로 돌진했고, 지나간 곳의 영약 식물은 모두 가루로 변했다.
심은주는 안색이 변했다.
다음 순간,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타났는데, 눈앞의 안개가 사라진 것이었다.
다시 바라보니, 그곳은 논밭이 아닌 절벽이었고 심지어 바닥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절벽 옆에 서 있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바로 아래로 추락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은주가 원하던 것이었다!
"날 죽이려고요?"
이천후는 차갑게 웃더니 앞으로 걸어가서 심은주의 하얀 목을 꽉 잡았다.
"우-"
심은주는 아픔을 느끼며 몸이 곧바로 굳어졌고 호흡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나 당황함이 전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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