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6장
열흘이 지난 뒤.
시체로 가득 찬 비하곡에 또다시 수백 구의 시체가 추가되었다.
이번에는 이천후와 육연서가 힘을 합쳐 요마족 생명체들을 처단한 결과였다.
청린 요왕과 혈영 마왕의 부하들은 거의 전멸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거대한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답답함이 그들 사이에 감돌았다.
여기서 인간족 무사들이 약 10만 명 가까이 몰살당한 것에 비하면 백여 명의 요마족 생명을 제거한 것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육연서는 남아 있는 백여 명의 인간족 무사들을 바라보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분은 여기를 떠나 숨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세요. 요마족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고 시련이 끝날 때까지 나서지 마세요.”
그녀의 말 속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그 슬픔은 단지 인간족 무사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속한 청운파의 동료들 대부분이 전멸했고 겨우 몇 명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었다.
“육 성녀님, 이천후 씨, 저희도 함께할게요. 동료들이 모두 죽고 우리만 남았어요.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요... 흑흑...”
몇몇 인간족 무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육연서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여러분은 치료에 전념하세요. 저희는 이천후 씨와 함께 요마족과 현문의 악당들을 사냥하러 갈 겁니다. 여기서 죽어간 무사들의 복수를 위해서요.”
이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보였다.
요마족과 현문에 대한 그의 증오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족 무사들은 떠나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끝까지 이천후와 육연서와 함께 싸우고 요마족에게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심지어 죽음까지 각오하고 있었다.
이번 대참사 이후 인간족 무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단합했고 공동의 적 앞에서 하나가 되었다.
이천후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탄식을 내뱉었다.
‘인간은 참 이기적이야. 재앙이 닥쳐야 비로소 단결한다니. 만약 처음부터 이렇게 하나가 되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천후는 죽어간 무사들을 떠올리자 착잡한 심정에 빠졌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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