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8장

“안 나오겠다는 거지? 좋아. 그럼 하나씩 다 죽이다 보면 언젠가 네 차례가 오겠지!” 이천후는 냉소를 띠며 그 자리에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의 차가운 눈빛은 사람의 목숨을 아무것도 아닌 듯 여기는 무정함으로 가득했다. 와르르. 이천후의 말이 떨어지자 겁에 질린 사람들은 물러서서 한 남자를 떠밀어 내보냈다. 얼굴이 창백해 유령처럼 보이는 그 남자가 바로 장선호였다. 모두가 목숨이 아까웠기에 이천후가 장선호를 찾자 서둘러 길을 내준 것이다. “네가 장선호야? 간이 참 크구나. 육씨 가문의 개가 되어 제일 먼저 나를 물어뜯으려 했지. 너만큼 기세 좋게 날 비난한 놈도 없었어!” 이천후는 냉혹한 표정으로 장선호를 응시했다. 털썩. 마치 척추뼈가 뽑힌 듯 장선호는 이천후 앞에 무릎을 꿇고 공포에 질린 채 외쳤다. “이 대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앞으로는 대사님의 충실한 개가 되겠습니다. 누구든 물라시면 물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장선호는 목숨을 구걸하며 애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천후는 바닥에 떨어진 철제 테이블 다리를 집어 들고 높이 들어올려 장선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쾅. 잔혹하고 폭력적인 이 광경에 나머지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그들은 모두 후회하고 있었다. 왜 육씨 가문과 왕하봉 편에 서서 이천후에게 맞섰는지, 그들은 철저히 잘못 판단했다. 특히 혈수당의 두목인 진용수는 내장이 뒤틀리도록 후회하며 벽에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원래 임수란을 지지하며 임씨 가문 아래에 들어가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 이천후가 왕하봉에게 맞설 수 없을 거라 착각하고 육씨 가문의 편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이제 와서 보니 그 선택은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평소 상황 판단에 능하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진용수였지만 이번엔 자신의 판단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셈이었다. “살려주십시오! 이 대사님!” 일부 두목들은 이천후의 위압감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