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6장

“스승님, 저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불당 문 앞에 서 있는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들을 바라보자 윤종민의 얼굴엔 깊은 근심이 가득 서렸다. “물러서라!” 그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하고 위엄 있는 울림으로 윤종민과 연유영의 마음에 강하게 내리꽂혔다.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결국 연태준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물러서기 전 윤종민은 불당을 향해 크게 외쳤다. “두 선배님들, 스승님을 꼭 지켜주십시오!” 이천후는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연태준을 만나러 온 것이니 별로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힐끗 본 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불당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그들 중 한 사람이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이천후는 그 남자가 두건 아래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면의 디자인은 기괴하고 마치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교하게 만들어져 묘하게 우울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 가면 속 눈빛은 차갑고 섬뜩하게 빛났다. 이천후는 그들의 이런 차림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해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갑자기 그 남자가 소리내며 길을 막아섰다. 이천후가 말할 틈도 없이 그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 “물러서.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이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난 연태준 선생님을 만나러 왔는데 이놈은 무슨 자격으로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지?’ “들어갈 거야.” 이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면 죽는다.” 가면을 쓴 남자의 목소리는 싸늘하고 무미건조했다. 햇살 아래 그 가면은 얼음처럼 빛나며 그의 전체적인 모습에 음산한 기운을 더했다. 이천후는 이 사람들의 싸늘하고 거만한 태도에 내심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교훈이라도 주려는 생각을 하는 찰나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천후는 깜짝 놀랐고 다른 검은 옷의 사람들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철장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