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그러자 이보현은 다시 발을 날려 장경록의 배를 걷어찼다. 굉음과 함께 장경록은 발길에 맞아 날아갔고, 공중에서 피를 내뿜은 뒤 땅에 떨어져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땅에 떨어지며 손바닥만 한 영패 같은 것이 이보현의 발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이보현은 손을 흔들어 영패를 손에 쥐었다. 검은색 몸체에 구름무늬가 있고, 그 사이에 핏빛 장검이 있는 고풍스러운 영패였다. 영패에서 이상한 힘이 흘러나와 이보현의 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보현이 이때 조금만 힘을 주면 단 한 번의 힘으로 이 영패를 차단하고 그 안의 모든 힘을 봉인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하고 난 이보현은 영패를 집어넣었다. 이 영패에 또 다른 이상한 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이보현은 돌아가 천천히 연구하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일어났고, 유부환도 이때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보현이 이렇게 쉽게 장경록을 해치웠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무서운 실력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힘겹게 일어나 이보현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살려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 유부환의 목숨은 이보현 씨 것입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돼 있으니 분부만 해주십시오." 이보현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다치셨군요." "네." 유부환은 어색해하며 말했다. "제가 학예가 서툴러요. 장경록에게 맞아 내상을 좀 입었는데 좀 몸을 추슬러야 이보현 씨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보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일단 나랑 돌아가요." "네." 유부환은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죽을 줄 모르고 설치던 장경록을 바라보았다. 이보현이 덤덤히 말했다. "죽든 살든 그 자식의 조화에 달려 있으니 상관하지 말아요." "네, 이보현 씨." 이보현은 성큼성큼 차로 향했다. 유부환이 뒷좌석에 타자 이보현은 차를 몰고 계속 달렸다. 조수석에 앉아 이보현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수진의 가슴에 물결이 일었다. 오늘 밤 본 것들은 그녀가 알고 있던 세상과 너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