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4화 속 좁은 남자
문자를 보고 있던 박수혁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남유주가 보다 큰 숫자를 긁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문자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렇게 지속되던 문자는 알림은 멈춰졌다.
박수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제한 블랙카드로 2만 원도 긁지 않았다고?
정확히 말하면 만 사천오백 원이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한석이 귀 기울여 들어보니 카카오톡 알림음은 아니었다. 그의 휴대폰 화면은 문자 메시지에 머물러 있었다.
“사장님, 혹시 카드를 도용당했나요? 제가 은행에 연락해서 알아보게 할까요?”
입술을 살짝 깨문 박수혁은 차라리 도용당했다고 믿고 싶었다.
남유주가 몇억, 심지어 몇십억을 긁어도 이렇게 울적하진 않을 것이다.
이 만 사천오백 원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데 몹시 성공했다.
카드가 가짜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박수혁은 손을 들어 이한석을 이만 떠나보내고 남유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끊지 않고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요.”
“뭐해요?”
그는 억지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쇼핑하고 있죠.”
박수혁은 한참 말이 없다가 그녀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뭘 사길래 몇천 원을 카드로 긁어요?”
그 블랙카드도 3백 원짜리를 결제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남유주가 멈칫했다.
“네일아트, 커피, 군고구마, 젤리요. 치사하게 이런 것까지 따져요? 몇천 원은 카드로 못 긁어요? 어쩜 그리 밴댕이 소갈딱지에요? 돈 돌려줄 테니 기다려요.”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10분도 안 되어 카카오톡에 만 오천 원이 입금되었다.
[이자는 5백 원이면 되죠!]
가시가 잔뜩 돋은 말투였다.
박수혁은 어이없어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화났네?
그는 또다시 대화창을 빌어 해명하기 시작했다.
[따지려는 게 아니고 너무 적은 금액에 당황해서 그랬어요. 그 카드로 와인바를 리모델링해도 좋고 새로 와인바를 차려도 상관없어요.]
[됐고! 꺼지세요.]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박수혁, “...”
가만히 아무 말이 없던 그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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