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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장

유시우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들 말아, 선생님 계시는데. 아가씨 정도는 거뜬히 지켜주실거니까 우린 가서 술 한잔 하자.” “아, 잠깐......” 그렇게 두 사람은 ‘마지 못해’ 박정우를 따라 방문 앞을 떠났다. 한편 방 안. 유가현을 침대에 살포시 눕힌 신서찬은 겉옷과 하이힐을 벗겨준 뒤 이불까지 덮어주곤 욕실에서 받아온 미지근한 물로 조심스레 얼굴을 닦아줬다. 행여 깨기라도 할까 힘을 뺀 손으로 부드럽게 얼굴을 쓸어내린다. 침대 머리에 놓인 탁상등 불빛이 은은하고도 희미하게 방 안을 비췄다. 신서찬의 시선이 고운 자태를 뽐내는 유가현의 얼굴 위를 유영하듯 흘러갔다, 마치 그 모습을 가슴깊이 새기겠다는듯. 그저 조용히 자는 모습만 볼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 얼굴, 이 사람. 그가 뼛속까지 묻어 사랑하는 존재. 그런 그녀가 지금 박천일을 좋아한다...... 겨우 반년 만에 완전히 자신을 잊은채. 아니, 완전히는 아니다. 적어도 화풀이 상대인 전남편으로는 남아있으니. 이런 생각들이 미칠수록 가슴 한 켠이 날카로운 칼에 찔린듯 찢어지게 아파오며 숨이 가빠왔다. 그렇게 눈꼬리가 빨개진 채 조용히 침대맡에 앉아 유가현을 바라보는 신서찬이다. 제법 평온한 표정으로 깊은 잠에 든 그녀를 보고있자니 자꾸만 살짝 벌려진 보드랍고 윤기도는 입술에 눈길이 갔다. 몰래 뽀뽀라도 할까? 어차피 내일이면 기억도 못 할텐데. 그래도 잠든 틈에 이러는건 아닌가? 이랬다 저랬다 갈피를 못 잡는 두근거리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가본다...... 고량주에 위를 상한 뒤로 이렇게 독하게 술을 마신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진작에 곯아 떨어졌을거라 생각한 유가현이 갑자기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눈을 번쩍 떴다. 어렴풋한 시야에 섬뜩한 귀신 얼굴이 가득 차있었다. 이내 본능적으로 손이 먼저 그 기분 나쁜 얼굴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이 악귀 새끼가 감히 나한테 들러붙어!” “아오......” 신서찬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벌떡 깬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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