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2장
정가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말이 맞다.
엇갈린 시간 속에서 만난 운명이었다는 말.
뜨거운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려내려 편지 위로 떨어졌다.
손으로 급히 눈물자국을 닦아내던 정가현의 눈에 ‘평생 잊지 못하게’라는 구절이 들어왔다.
“변서준! 이 개자식아!”
그로써 변서준은 성공했다.
평생 자신을 잊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바보같은 놈......
13년 전 구해줬던건 그저 어쩔수 없는 은정이라고, 정작 정가현 본인은 마음에 두지도 않았는데.
그 은정을 평생 기억한 변서준은 약물로 인해 허약해진 몸을 끌고서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학만대교에 뛰어드는가 하면 바에서도 온 몸으로 부식성 약물을 받아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검은 옷의 남자를 처단하며 자신의 목숨을 함께 내놨다.
몇번이고 나서서 구해줬으면 진작에 은혜는 다 갚았는데!
그럼 정가현이 변서준에게 빚진건? 이제 그건 무슨 수로 갚을까?
겨우 남아있던 한 오리의 이성의 끈이 편지로 인해 완벽하게 불타버렸다.
심장은 물론 온 몸이 바늘로 찌르듯 쑤시고 아파왔고 결국 참지 못한채 정가현은 바닥에 픽 쓰러져버렸다.
얼음장같은 바닥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온 몸의 감각들이 무감해졌다.
찢어질듯 아픈 심장의 통증만 빼곤.
멍하니 뜨고 있던 시선 끝에 문득 침대 아래 빨간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이상하리만치 괴리감이 드는 모습을 한 채.
침대 밑에 뭘 숨긴 거지?
몇번 숨을 고른 뒤, 침대 밑 쪽으로 손을 뻗어 꺼내보니 그건 다름 아닌 피 묻은 셔츠 한 장이었다.
코를 찌르는 피 비린내를 동반한 셔츠 한 장 말이다.
핏자국은 완전히 굳어있었지만 색이 선명한걸 봐선 최근 생긴 일인텐데......
그게 언제지?
거의 원래의 흰색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피로 물든 셔츠가 유난히도 눈을 찔렀다.
바에서 생긴 상처로는 이 정도 피가 날리가 없을텐데.
연정아를 집에 데려오던 날, 상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붕대 감은 허리를 보여줬던게 떠올랐다.
그래, 그거였어!
정가현이 유시호를 불렀다.
“박정우한테 연락해서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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