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1장
알면서도 며칠 전 일부러 한진 오빠 얘길 꺼냈을때 질투하는 척 했단 말인가?
너무하네!
씩씩대며 욕 한 바가지 퍼부은 정가현이 다시금 편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가현아 안녕?
네가 이 편지를 읽을때 쯤엔 난 이미 네 곁에 없겠지.
널 위해 했던 마지막 일이니까 넌 자책하지도, 미안해하지도 마.
내 죽음으로 네가 한바탕 울기라도 할까?
그러길 바라면서도 진짜 네가 울면 또 마음이 아플것 같아.
참 모순 덩어리같은 놈이지?
그러니까 울지 마.
걱정 하나 없는 행복한 유씨 가문 막내 공주님으로 살아가.]
겨우 몇 줄 읽지도 않았는데 눈에서 눈물이 후둑후둑 떨어졌다.
급히 눈물을 닦아내고 애써 감정을 억누른채 계속 아래로 읽어내려가는 정가현이다.
[우린 엇갈린 시간 속에서 만난 운명이었나봐.
13년 전, 차에서 날 구했던 너의 그 별같은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해. 그렇게 예고도 없이 겨우 열살밖에 안 된 널 좋아하게 됐었지.
모지영이 네것이어야만 했을 그 은정을 낚아챈건 내 마음속에 평생 가시로 남아있을 일이야.
단 한번도 모지영에겐 손도 대지 않았어도, 그런 모지영이 명을 다 했어도 난 여전히 바보같고 한심한 내 자신이 용서가 안 돼.
제일 후회로 남는건 가문에 들어온 널 알아보지 못하고 3년이라는 결혼 생활동안 너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거야.
그걸 깨닫고 다시 노력해 보려고 했을땐 이미 늦었더라, 네가 날 사랑하지 않게 됐거든.
그래도 괜찮아. 애완동물로라도, 하인으로라도 매일 곁에 있을수 있어서 그거로 만족해.
널 사랑하게 된 뒤로 난 하루에도 몇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마음을 졸이곤 했어.
네가 별 의미 없이 건넨 미소에도 난 달콤한 꿀이라도 먹은듯 좋아했고 툭 내뱉은 달래는 듯한 말 한 마디에 기뻐서 잠을 못 이룰 정도였으니까.
여기까지 읽은 넌 아마 깨꼬소해하겠지?
한때 널 안중에도 두지 않고 군림하려고만 하던 남자가 온통 너로 물든 세상 속에서 삐에로마냥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게 얼마나 비열하고 웃긴 일이겠어.
맞아, 난 불면 날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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