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장

“그래.” 덤덤하게 대답하는 정가현이다. 겨우 이틀 가 있는데 무슨 생이별 하는것처럼 호들갑이야. 그래도 정가현은 그런 변서준에게 핀잔을 주지 않은채 품에서 나와 차에 앉았다. 변서준은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여전히 우두커니 자리에 서있었다. 곁에 있던 유시환이 힐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젠 겨울입니다. 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으시고 쌀쌀하니 들어가시죠.” 변서준은 말 한 마디 없이 여전히 꿈쩍도 않고 서있었고 결국 고집을 꺾지 못한 유시환이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 정가현은 공항에서 유한진을 만난 뒤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정가현은 다정하게 담요를 덮어주는 유한진의 손길을 거절하진 않으면서도 눈길은 여전히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웬 일인지 눈꺼풀이 펄뜩이는것이 묘하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해왔다. 불편해 하는 모습에 유한진이 공진단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S시 오랜만인데다 몰래 가는거라 생각 많을수도 있어.” 스스로도 불안함의 근원을 모르겠던 정가현이 대답했다.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렸을땐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일단 연정아를 집까지 데려다 준 정가현은 유세흥의 성문관과 가까운 유한진의 별장으로 들어갔다. 유한진, 그리고 보디가드들과 몇시간에 거친 회의를 마치고 어깨를 주무르는 정가현이다. 드디어 내일이다! 세수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마자 피곤 때문인지 곯아떨어졌다. 이상한 꿈을 꿨다. 사방이 불길에 휩싸인 커다란 화마 속에 건장한 남자 하나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채로 여전히 고상함을 뽐내고 있는 꿈. 등을 지고 있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비틀거리며 뒤돌아선 남자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는데. 변서준?! 얼굴에 피칠갑을 한 변서준은 계속해 입에서 피를 토해낸채 절망에 휩싸인 눈빛을 하곤 털썩 무릎을 꿇어버렸다. “가현아, 가현아......” ...... 끔찍한 악몽에서 눈을 번쩍 떴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겨우 새벽 두시. 멍하니 침대에 앉아 방금 전 꿈 속 장면들을 곱씹어 봤다. 변서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