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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깜짝 놀란 이민주는 몸을 꼿꼿이 세웠는데 미용사의 손길에도 주름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게 파여 들어갔다. 머리를 돌려보니 한정판 롤스로이스가 대문을 마구 들이받더니 바로 정원으로 질주했다. 주변의 메이드들은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고 이민주 역시 혼이 빠진 듯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내 그 롤스로이스는 정원에서 가장 예쁘게 핀 장미밭을 무자비하게 깔아뭉개더니 멋진 드리프트로 유턴해 입구 옆에 차를 세웠다. 불과 1초 전만 해도 아름답게 피었던 장미들은 타이어에 깔려 처참하게 변해 버렸다. 이민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숨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것은 그녀가 가장 아끼는 꽃이다. 이민주는 차에 탄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든 반드시 고소하고 인생을 망쳐버릴 거라고 다짐했다. 이민주가 씩씩거리며 롤스로이스를 향해 다가가는데 갑자기 차 문이 열리더니 하이힐이 먼저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차에서는 여배우 뺨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에 고상한 아우라를 가진 여자가 내렸다.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여자, 어딘가 익숙한데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이때 소란스러운 소리에 밖으로 나온 변서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정가현, 이 미친년아!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죽고 싶어?” 이민주는 다급히 변서아를 가로막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귀한 비주얼의 정가현을 바라봤는데 턱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겨우 며칠 못 봤는데 이 천박한 물건이 어떻게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변한 거지? 원래 이렇게 예뻤었나? 정가현은 우습다는 듯 이민주를 바라보며 빈정거렸다. “왜요? 저 못 알아보시겠어요?” 장미밭을 망가뜨린 사람이 정가현이라는 사실에 이민주는 화가 치솟아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 “스폰서라도 생겼나 본데 이렇게 빼입고 찾아오면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갈 줄 알았어? 내 꽃밭 어떡할 거야? 너 이거 반드시 천 배 만 배로 갚아야 해!” 그러자 정가현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어쩌라고요?” 이민주는 변서아를 힐끔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너 저번에 우리 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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