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박지훈은 소개팅 장소를 ‘경안 명주’로 정했다.
경안시 한복판 가장 번화한 도심에 자리한 고급 서양식 레스토랑 33층 높이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화려함과 사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사람들은 이곳을 ‘경안 명주’라 부른다.
심민아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창가에 앉은 박진호와 박지훈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박진호는 검은 목폴라 스웨터에 외국산 양모 외투를 걸친 채 평소의 날카로운 기세를 누그러뜨린 편안한 차림이었다.
‘신도 탐낼 요물’이라는 명성답게 간결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 틈에서 여전히 눈에 띄게 빛났다.
심민아는 조용히 의자를 끌어 박진호 맞은편에 앉았다.
“저는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해요. 할 말은 바로 할게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박지훈이 찌푸린 얼굴로 말을 끊었다.
“잠깐만요.”
그는 심민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 얼굴을 반쯤 가린 은빛 가면이 시선을 끌었다.
“당신이 주식의 신이에요?”
‘왜 저 여자의 몸매도 목소리도 그 나쁜 여자... 심민아랑 그렇게 닮았지?’
심민아는 잠시 당황한 듯 박지훈의 눈길을 피했다.
‘설마 눈치챘나?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가면을 쓴 채 박진호를 여러 번 만났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정체가 들키진 않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은 박지훈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는 다시 한번 가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식의 신, 혹시 가면을 벗어줄 수 있을까요?”
심민아는 불안했다. 가면을 벗는 순간 곧 정체가 드러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면 박진호는 자신과 애매한 인연을 맺었던 여자가 바로 그가 누구보다도 외면하고 싶어 했던 ‘와이프’ 심민아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녀는 가면을 벗지 않겠다고 말할 변명을 떠올릴 틈도 없었고 그때 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강요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야.”
박지훈은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식의 신은 정말 심...”
“아니야.”
박진호는 박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만으로도 아들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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