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서현구 별장 응접실 민소연은 귀여운 돼지 모양 가면을 쓴 채 옆에 서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방성훈이 탐탁지 않은 눈으로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굽니까?” 민소연이 손을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식의 신님의 조수입니다!” 여기 오기 전, 심민아는 미리 일러뒀다. 심민아가 바로 그 ‘주식의 신’이라는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민소연은 그녀를 신령급으로 모시기로 결심했다. 방성훈은 그녀를 흘끗 보고는 그 손을 일부러 무시했고 그 눈빛엔 거만한 오만이 가득했다. ‘고작 조수 따위. 악수할 자격도 없어.’ 그의 관심은 오직 심민아에게만 쏠려 있었다. “예전에 말씀하신 그 종목, 무려 300% 폭등했어요!” 하지만 그는 기쁨보다는 후회가 더 컸다. ‘그때 왜 고작 100억밖에 안 넣었을까. 전 재산을 넣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의 이런 후회쯤은 심민아에게 너무 뻔한 시나리오였다. “며칠 안에, 그 종목은 사상 최대의 강세장을 맞게 될 거예요. 그리고 경성의 상류층 판도가 싹 다 뒤집히겠죠.” 그 말에 방성훈의 눈이 번쩍였다. “추가 투자할게요! 더 넣겠습니다!” 그러나 심민아는 손목시계를 흘끗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늦었어요. 당신처럼 맛보기만 하는 투자자는 자격이 없죠. 전, 약속 있어서 이만.” 방성훈은 그 말에 초조해졌다. “잠깐만요! 이제 당신 말이라면 뭐든 따르겠습니다! 내일 바로 심하 그룹 지분 전부 처분하고 모든 현금을 그 종목에 투자할게요!” 남자가 덥석 미끼를 물었지만 심민아는 서두르지 않고 바늘을 더 깊숙이 찔러넣었다. “지금은 당신이 원한다고 들어올 수 있는 시점이 아니에요. 남는 물량 생기면 제가 직접 연락드릴게요. 기다리세요.” 그 말에 방성훈의 마지막 경계심도 완전히 무너졌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방성훈은 절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그는 심민아의 실루엣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혹시 결혼은 하셨습니까?” 심민아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