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정신이 몽롱해져 가던 그때,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외투가 조용히 그녀의 어깨 위로 덮어졌다.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향기. 이건 박진호만의 독특한 체향이었다.
“당신 옷을 나한테 주면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
심민아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소매를 붙잡은 채 물었다.
“당신 죽으면... 이혼 절차가 너무 복잡해져.”
그 말을 듣는 순간, 심민아의 손이 힘없이 그의 소매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잠시나마 박진호가 자신을 걱정해서 외투를 준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걱정하는 건 자신의 생명이 아니라 이혼 서류였다.
심민아가 놓아버린 손을 바라보며 박진호의 어두운 눈빛 속에 잠깐 고통이 스쳤다.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오직 이런 방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심민아는 예전에 말했었다.
“당신의 관심은 전부 역겨운 자작극일 뿐이야.”
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조그마한 몸집 하나가 그의 옆에 조용히 다가와 앉았다.
심민아였다.
그녀는 커다란 외투를 반쯤은 박진호에게도 덮어주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마주한 건 심민아의 맑은 눈동자였다.
‘착각일까?’
그녀 눈 속 어딘가에 작은 상처가 스쳐 지나간 듯 보였다.
“만약 당신이 먼저 죽으면 우린 영영 이혼도 못 한 채 같이 묶여 있게 되는 거잖아.”
심민아가 말했다.
결국, 둘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 서로의 체온을 나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소연은 알아챘다.
두 사람은 겉으론 서로를 밀쳐내는 듯 보이지만 마음속으론 분명 서로를 걱정하고 있다는걸.
그러나 문제는 자신만 외톨이라는 사실이었고 붙어 있을 사람도 온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결국 민소연은 웅크린 채 자신을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심민아는 몸이 점점 더 굳어져 갔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가 얼어붙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겠다 싶은 그때.
벌컥.
냉장고 문이 열리면서 헐레벌떡 육해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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