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술에 취한 척 눈을 감고 있던 심민아는 박진호가 얼마나 능숙하게 자신을 돌보고 있는지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익숙한 손길.
그가 방을 나간 뒤에야 심민아는 눈을 떴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방으로 돌아와 자지 않았다.
심민아는 박진호가 분명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동시에 자신이 더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고 그 벽의 이름은 바로 방성훈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심민아는 얼른 다시 누워 눈을 감았다.
“아빠. 저 여자가 6년 동안 아버지를 힘들게 했어도, 한 번도 미워한 적 없지?”
“...”
“그럼 왜 설명 안 해? 이혼하자고 한 건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지, 정지안 아줌마 때문이 아니잖아.”
“엄마는 알 필요 없어. 수연이 병만 낫고 나면 우린 어차피 이혼할 거야.”
“걱정 마. 내가 예쁘고 똑똑한 새 아내 찾아드릴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씻어.”
“진짜야.”
부자가 떠난 뒤, 심민아는 머리맡에 놓인 숙취 해소제를 발견했다.
그녀는 조용히 따서 마시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 마음을 되돌리기도 힘든데, 아들까지 나서서 새엄마 찾아오겠다는 상황이라니...”
다음 날, 심민아는 박지훈에게 침술 치료를 해주었고 치료가 끝난 뒤 아들이 나가려 하자 그녀는 가볍게 그를 불러 세웠다.
“지훈아, 선물 준비했어.”
심민아의 부름에 가정부가 문을 열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하나둘 장난감을 올려놓았다.
울트라맨 피규어, 전동 레이싱카... 전부 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었다.
어젯밤 심민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남편 마음 돌리기 전에, 먼저 아들을 공략해야 해. 아니면 저 애어른이 정말 어디 가서 새엄마를 물어올지 모르니까...’
“이건 내가 하나하나 정성껏 고른 거야. 마음에 들어?”
“유치해요.”
“이건 새로 산 옷이랑 신발인데...”
“촌스럽고 못생겼어요.”
박지훈은 회유도 협박도 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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