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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정지안이 멍해졌다. “나보고 지금 빠순이라고 했어요?” 정지안은 애초에 심민아가 자길 ‘내연녀’라고 욕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단어에 제대로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빠순이’,욕설 하나 안 섞였는데도 사람을 완벽하게 밟아버리는 표현이었다. 지금까지 정지안이 쏟아낸 독기 가득한 말들은 심민아에게 그저 하찮은 먼지에 불과했다. 정지안은 분한 듯 이를 악물고 낮게 내뱉었다. “심민아, 난 당신을 반드시 허가에서 쫓아낼 거야. 그리고 당신 자리를 빼앗아서 진짜 사모님이 될 거라고!” 그리고 정지안은 뭔가를 본 듯, 갑자기 자신의 뺨을 후려치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민아 언니... 왜, 왜 이러는 거예요?” 그녀의 연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심민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잔을 집어 들고 와인을 단숨에 마신 후 손을 허공에 그었다. 짝, 짝! 두 대의 강렬한 따귀가 정지안의 얼굴을 연달아 후려쳤다. “심민아, 미쳤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박진호가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제지했다. 정지안이 울먹이며 고자질하려 했지만 그보다 한발 빠르게 심민아가 입을 열었다. “얘가 말하길, 자기가 우리 집 진짜 안주인이래. 당신이 나랑 이혼하고 자기랑 재혼할 거라던데?” 정지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호 오빠, 나 그런 말 한 적 없...”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심민아가 눈물을 글썽이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나랑 이혼하려는 게 정말 정지안 때문이라면... 그래, 내가 물러날게.” 잔뜩 달아오른 볼, 그리고 막 그에게 키스했던 붉게 물든 입술. 심민아의 얼굴은 유난히도 위태롭고 치명적이었다. 박진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휘청거리던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어 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품 안에서, 심민아는 이내 조용히 눈을 감고 잠들었다. 항상 당당하고 똑 부러지던 그녀가 이토록 순하게 안긴 건 처음이었다. “잠깐만요!” 뒤에서 정지안이 비틀거리며 따라붙었다. “진호 오빠! 어디 가는 거야!” 박진호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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