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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그래, 규칙 따위 권력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지.” 심민아가 고개를 들었다. 5살짜리 아들 박지훈이 이미 롤러코스터 1열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겁나면, 지금이라도 도망쳐.” “누가 겁난대?!” 아들의 도발에 심민아는 이를 악물고 옆에 앉았다. 1열에 앉으니 시야는 트여 있었고 수직으로 솟은 롤러코스터의 철제 트랙이 눈앞을 꽉 채웠다. ‘침착하자. 침착해.’ 평생 지기 싫었던 여자는 엄마가 된 지금은 더더욱 질 수 없었다. “지훈아, 혹시 무섭다면 내 손 꼭 잡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자리에 있던 박지훈은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고 미끄러지듯이 빠져나갔다. “지훈아!” 심민아가 상황 파악하기도 전에 롤러코스터가 출발해 버렸다. 가속이 붙는 순간, 아들은 트랙 아래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고 그 입꼬리에 걸린 여우 같은 웃음은 딱 그녀를 닮은 미소였다. 롤러코스터는 천천히, 그러나 무섭게 올라갔다. 정점에 다다르자, 심민아의 두 다리가 공중에 붕 떠올랐다. 사람들도, 건물들도 미니어처처럼 작아졌고 숨이 막혀오면서 누가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생각할 틈도 없이, 롤러코스터는 미친 듯이 추락했다. 비명은 자존심을 뚫고 나왔고 정신은 허공에 남겨진 채 심민아는 겨우 버텼다. 하지만 곧 다른 승객들이 하나둘 내리는 사이, 심민아는 자신의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원이 다가오려던 그때. “어... 왜 움직이지? 잠깐, 왜 또 출발해?!” 롤러코스터가 제멋대로 다시 작동했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멈출 기색이 없는 기계를 보며 직원은 당황한 얼굴로 무전기를 들었다. “컨트롤 문제인가? 빨리 기술자 호출해!” “손님! 조금만 버텨주세요! 저희가 곧 수리 인력을 부를게요!” 심민아는 머리가 멍해졌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다... 한편, 멀찍이 도망간 박지훈은 완벽한 시야가 확보된 공원 벤치에 앉아 한 손엔 우유를,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는 마치 영화 관람이라도 하듯, 롤러코스터 위에서 비명을 지르는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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