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나만 취하고 쭌은 안 취하면?’
혼란스러운 머리를 쥐 뜯고 있을 때 최하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딥니까?”
“회사예요.”
“주소 보내 봐요. 20분 후에 사무실 1층으로 데리러 갈게요. 생일 파티에 같이 가줘야겠습니다.”
기회가 왔다.
여름의 눈이 반짝였다. 다만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할머니 팔순 잔치에는 안 가겠다고 하면서 나는 왜 가야 하는데요?”
“싫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어디 다른 사람을….”
최하준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여름이 얼른 꼬리를 내렸다.
“가요, 간다고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더니. 나 자기한테 완전히 졌어요!”
말을 마치고 텀블러에 든 따뜻한 차 한 모금을 홀짝였다. 좀 직설적이긴 했지만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나 이런 거 너무 잘한단 말이야?’
짧은 침묵 후 핸드폰 저쪽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최하준의 음성이 들렸다.
“내 핸드폰 지금 차에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서 다 들립니다. 옆에 이지훈 씨 앉아 있어요.”
“풉!”
당황한 나머지 입에 머금었던 차를 컴퓨터 모니터에 모두 뿜었다.
이어서 이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수씨, 쫌 하네요? 그렇게 안 봤는데 원래 이렇게 도발적이었구나. 어쩐지 우리 하준이가….”
“바로 갑니다.”
전화가 갑자기 뚝 끊겼다.
여름은 창피해서 책상에 힘없이 엎어졌다.
비척비척 물건을 챙겨 계단을 내려오는데 이번엔 윤서의 전화다.
“어떻게 됐어? 어젯밤에 남편하고 역사적인 밤을 만드셨나?”
“아니. 오늘 저녁에 누구 생일 파티에 같이 가재. 오늘이 기회인 거 같은데 방법이 없네. 쭌은 저녁 약속이 있어도 한 번도 취한 걸 본 적이 없어.”
여름이 한숨을 쉬었다.
‘인간이 너무 이성적이야.’
“생일 파티?”
윤서가 얼떨떨해서 되물었다.
“지훈 씨 할아버지께서 팔순 잔치 가는 거 아냐? 나도 거기 가거든.”
“쭌이 지훈 씨와 엄청 친한가 보네.”
“차라리 잘 됐어. 오늘 밤에 하준 씨를 꽐라 만들자.”
“…….”
“꺄! 외숙모 프로젝트를 위해서 내가 오늘 기어코 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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