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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화

술을 마신 탓에 다음 날 깨어나니 여름은 속이 쓰렸다. 세수를 하다가 하준의 전화를 받았다. 하준은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어젯밤에 어디 갔었어?” “일이 있어서….” “그 이이라는 게 호프집에서 술 마시는 일이었어?” 하준이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당신이 직접 오늘 아침 뉴스를 보라고. 10분이면 당신 집에 도착할 거야. 만나서 제대로 설명해 보시지.” 그러더니 전화를 끊었다. 여름은 놀라서 얼른 휴대 전화를 열어 자신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벨레스 후계자 미스터리의 남자와 다정한 모습 사진을 보니 호프집의 여름과 육민관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찍혀있었다. “……” 여름은 마른 세수를 했다. 민관의 정면 모습이 노출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육민관은 여름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조수인데 얼굴이 알려졌다가는 매우 골치가 아파질 판이었다. ‘기자 놈들은 이렇게나 할 일이 없나?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날 왜 따라다니는 거야? 나중에 한 번 제대로 손을 봐줘야지 안 되겠어.’ 여름이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하준의 조각 같은 얼굴에 싸늘하기 그지없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그 남자 누구야?” 정말이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난 그렇게 여름에게 공을 들이고 1분 1초 단위로 여름 생각만 하는데 여름이는 날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다니! 게다가 뒷모습으로 봤을 때 그 녀석 생긴 것도 허접해 보이지 않았다고. 몸매도 아주 좋고 말이야. 겨우겨우 서인천을 떼어냈더니 이놈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강여름! 왜 이렇게 남자가 꼬이는 거야? 남자가 안 꼬이면 죽어? 아니면, 내가 당신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나?” 하준은 화가 나서 여름의 어깨를 와락 부여잡았다. 여름은 잡힌 어깨가 아팠다. 눈앞의 폭력적인 최하준의 모습을 보니 어젯밤 육민관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름은 감정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하준, 당신하고 사귀겠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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