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본 여름은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부끄러워야 정상이겠지만 두 사람이 동성에 살 때 여름은 이 수를 써본 적이 있었다.
‘흥, 무슨 여자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내외를 하고 난리야?’
“알았어.”
여름은 침실로 들어가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나왔다.
하준은 식탁에 앉아서 싸 들고 온 아침 식사를 펼쳐놓고 있었다.
“자기 먹이려고 내가 우리 쉐프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싸 왔어. 계란국에, 감자샐러드, 메추리알 장조림, 마늘쫑 무침…”
하준이 하나하나 읊었다.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다.
수저를 들어 막 먹기 시작했는데 한참 먹다 보니 가만히 앉아만 있는 하준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왜 안 먹어?”
“입맛이 없어.”
하준의 말은 사실이었다. 여름이 해주는 게 아니면 하준은 그다지 식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면 어떡해? 아침은 먹어야지. 이리와, 먹여줄게.”
여름이 메추리알을 입에 물고는 장난스럽게 하준을 쳐다보았다.
하준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여름의 속눈썹 하나하나까지도 잘 보였다.
‘그러니까… 입으로 먹여준다는 말이야?’
전혀 식욕이 없다던 하준의 목젖이 꿈틀했다. 고개를 숙여 메추리알을 반 베어 물었다.
“이제 먹고 싶지?”
생글생글 웃는 여름에게서 아침 햇살처럼 반짝이는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어.”
하준은 참지 못하고 여름을 잡아당겨 무릎에 앉히고는 여름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강여름은 마약이야. 전에는 매일 싸우느라 바빠서 몰랐는데 정말 날 너무 빨아들인다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저 좋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너무너무 좋아. 아니, 사랑해.
처음부터 강여름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 같아.’
“자기가 나에게 복수하려고 접근한 거라고 해도 난 자기랑 함께 있고 싶어.”
하준은 여름의 목이 얼굴을 묻은 채로 중얼거렸다.
여름의 몸이 굳어지더니 하준의 얼굴을 떼어내고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소리야?”
“전에는 내가 너무 자기한테 나쁜 짓을 많이 했잖아.”
하준이 두 손으로 여름의 두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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