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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화

“하지만….” 여름이 화제를 돌렸다. “꼭 혼내주고 싶은 사람은 있어. 그 사람을 손봐주지 않으면 나에 대한 당신의 마음을 의심할 수 밖에 없어.” “그게 누군데?” “민정화.” 여름의 입에서 천천히 흘러나온 이름이었다. 목소리에 한껏 한이 서려 있었다. 하준은 깜짝 놀라서 미간을 찌푸렸다. “민 실장이 왜? 내가 지안이를 보호하라고 해서….” “아니.” 여름이 눈을 똑바로 뜨고 하준을 노려보았다. “이혼협의서에 사인하던 날, 민정화에게 내 몸을 뒤지라고 했었지? 그런데 민정화가 그 자리의 다른 남자들이 뻔히 보는 앞에서 내 옷을 벗겼다니까. 상혁 씨가 말리지 않았으면 바지도 벗길 뻔했다니까. 그때의 모욕감은 내가 잊을 수가 없어.” 하준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날을 하도 정신이 없었지만 자기가 밖으로 나갔다가 김 실장과 민정화가 다투는 소리를 듣고 다시 들어왔을 때 여름의 옷매무새가 흩어져 있었던 것은 기억이 났다. “뭐야? 날 안 믿는 거야?” 여름이 갑자기 화를 내며 하준의 품에서 벗어났다. “내가 민정화랑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모함을 하겠어? 못 믿겠거든 가서 상혁 씨랑 그날 왔던 보디가드들에게 물어봐. 내 말이 거짓말이면 벼락을 맞아 죽지.” “당신이 벼락을 왜 맞아?” 하준의 안색이 변했다. “어쨌든 난 거짓말 안 했으니까 겁날 거 없어.” 그러더니 여름은 이제 아침 식사에 흥미를 잃은 듯했다. “말로는 날 좋아한다면서도 민정화에게는 손을 못 대겠나 보네? 뭐, 날 못 믿는 건가? 지룡파 멤버 하나만도 못하게 여기면서 좋아하긴 뭘 좋아해?” 여름이 이제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당신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입으로는 그렇게 말을 했지만 마음 속에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민정화는 백지안을 지키기 위해 여름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었으니 여름이 민정화에게 개인적인 억하심정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망설이는 하준을 보니 여름은 눈에 거슬렸다. “가서 조사해 봐.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생각하지 말고.” 여름은 갑자기 시선을 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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