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화
윤서가 얼굴을 찌푸렸다.
“윤상원하고 오래 사귀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어. 진짜 괜찮은 남자는 다른 여자가 아무리 옆구리를 찔러도 넘어가지 않더라. 혼자서 결혼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면 일시적으로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평생을 이러고 살 수는 없잖아.”
핵심을 찔린 여름은 깜짝 놀랐다.
임윤서가 여름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이 세상에 내연녀는 많고도 많아. 최하준은 금수저인데 덤벼드는 사람이 한 둘이겠냐? 그런 문제는 최하준이 스스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돼. 그냥 순리에 따르자. 어쨌든 빼앗아 갈 수 있는 남자라면 그렇게 아끼고 귀하게 생각할 가치도 없지.”
“어, 그런 것 같네.”
“원래 그런 거야. 저녁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래.”
저녁을 먹고 나서 여름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하준은 돌아오지 않았다.
텅 빈 건물을 여름 혼자서 지키고 있었다.
밤에 혼자서 그 큰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머릿속에 오늘 하준이 백지안을 안고 나가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병실에서 둘이 나누던 대화도 기억났다.
백지안이 하준과 여름의 삶 속에서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임신을 한 몸으로 24시간 어디서든 백지안과 결전을 벌일 생각을 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준만 쳐다보고 있다니.
정말 너무 지친다.
윤서 말이 맞는지도 몰라. 남이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죽자사자 아끼며 지킬 필요가 있을까?
됐다. 이제 그만 하자. 이젠 나도 모르겠다.’
여름은 배 속의 아가를 가만히 만져봤다.
‘앞으로는 아기를 사랑하는데 시간을 보내서 아가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기만 바라자.’
다음 날 깨어나서 보니 침대 한 쪽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세수를 하고 내려가 보니 이진숙이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하준은 테이블 앞에 앉아서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다.
“정말 너무 미안해. 어제… 너무 늦게 돌아왔어.”
“괜찮아요.”
여름은 미역국을 받아 고개를 숙이고 맛을 보았다.
하준은 여름의 담담한 모습을 보며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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