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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0화

“소영이 얘기는 꺼내지 마.” 여름이 화를 냈다. “소영이도 그냥 데리고 논 거잖아. 다 놀고 나서는 얼굴 싹 바꾸고 돌아섰으면서.” “그런 거 아니야.” 하준이 중얼거렸다. “걔가 소영이랑 사귈 때는 얼마나 인내심이 있었다고. 주혁이는 여자에게 인내심을 발휘하는 애가 아니야. 소영이만큼은 끝까지 기다렸다니까.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는 소영이가 지안이를 괴롭혔던 것 말고 둘 사이에 뭔가 다른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소영이가 무슨 백지안을 괴롭혀? 백지안이 일부러 불쌍한 척하고 그랬던 거지. 마치 남들 보기에는 소영이가 백지안을 엄청 괴롭힌 것처럼 보이게.” 여름이 우울하게 말했다. “그때는 우리가 몰랐잖아.” 하준이 얼른 여름의 손을 잡았다. “우리 옛날얘기는 그만 하자. 자기야. 저녁 먹었어? 난 배고픈데.” “배고프면 알아서 가서 찾아 먹어. 내가 주방 아줌마도 아니고.” 여름은 하준의 손을 뿌리쳤다. “백지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지금 바빠서 가만둔다고 이러고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두고두고 복수할 거야.” 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은 하준은 쳐다도 보지 않고 가버렸다. 여울과 하늘이 한껏 궁금한 얼굴로 다가왔다. “왜 엄마를 화나게 했어요?” 하준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 동성. 해외에서 온 비행기가 동성의 공항에 착륙했다. 차민우가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차진욱이 강신희를 안고 함께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수십 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애인 사이 같았다. 특히 차진욱은 한시라도 강신희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강여경은 뒤에서 따라왔다. 강여경 뒤로는 경호원과 직원이 짐을 가지고 줄줄이 따라 나왔다. “어서 오세요!” 차민우가 걸어갔다. “민우야.” 강여경이 환하게 웃었다. “왜 우리랑 같이 안 오고 혼자서 먼저 왔어? 엄마랑 같이 있는 것만 아니면 나도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다고.” “먼저 와서 외삼촌이랑 외숙모 꺼내드리고 하느라고요.” 차민우가 웃으며 강신희를 바라보았다. “엄마, 삼촌 뵈러 가요. 원래는 공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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