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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9화

“알아.” 이주혁이 손에 든 볼펜을 빙글빙글 돌렸다. 하준이 한 얘기는 자신도 다 아는 얘기였다. 이미 몇 번이나 원연수에게 대차게 까이기도 했다. 게다가 백소영을 생각하면 원연수와는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머리로는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이란 때로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 왜 원연수네 집에 갔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 원연수가 원지균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 것을 두 눈으로 봤는데도 연수가 표리부동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오히려 묘하게 즐기는 기분까지 들었다. 주혁은 질질 짜는 연약한 사람은 싫었다. 원연수가 자기 등을 찌를 때는 자기가 뭔가에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속이 계략으로 찬 사람인 게 분명했고, 주혁은 그렇게 속에 꿍꿍이가 가득한 사람은 싫어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연수는 예외였다. 처음 키스했을 때는 연수의 눈에 반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연수의 성격에 끌렸다.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지는 마라.” 이주혁이 내내 아무 말이 없자 하준이 묘한 눈빛으로 물었다. “사랑?” 이주혁은 움찔했다. 빙글빙글 돌리던 볼펜이 책상에 떨어졌다. 주혁이 웃었다. “침대에서 마음이 동했다면 모를까, 침대도 아닌데….” 그때 뭔가가 뇌리를 탁 치고 지나갔다. 아주 오래전 소영이와 사귀던 때의 기억이었다. “넌 몰라.” 이주혁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난 원연수를 꼭 손에 넣어야 할 것 같아.” “넌 한 번도 누굴 손에 넣어야 한다는 마음이 든 적이 없잖아. 네 사전에 ‘억지로’는 없으니까.” 하준이 일어서서 이주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아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결혼할 필요 없잖아. 결혼을 한다면 그렇게 보기만 해도 짜증 나는 사람이랑 매일 어떻게 보고 살아? 원연수를 얻고 싶다면 일단 결혼부터 취소해. 이대로 가서 대시하다가는 멀쩡한 사람 하나 망친다.” “일이 여기까지 진행되었는데 우리 부모님이 시아랑 결혼을 취소하게 둘 것 같냐? 청첩장까지 다 만들었는데.” 이주혁이 덤덤히 말했다. “그러면 연수 씨에게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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