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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화

“자기랑 말하기 싫어.” 여름이 화를 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 당신 친구를 모르는 거야. 가서 잘 얘기해 봐. 곧 결혼할 거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시아랑 해결해야지 괜히 연수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은 홱 고개를 돌리고 가버렸다. 하준은 뒷골이 당겼다. ‘그야말로 여름날 날씨 같네. 종잡을 수가 없어.’ 하준은 할 수 없이 쫓아갔다. “알겠어. 자기야. 화내지 마. 내가 실수했어. 조금 있다가 주혁이한테 가서 어떤 상황인지 한 번 알아볼게, 응? 그리고 난 싸잡아서 욕하는데 넣지 말아줘.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다고.” 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았다. “당신은 당신 나름의 생각하는 방식이 있겠지만, 어쨌든 연수는 그런 애가 아니라는데 나는 다 걸겠어. 그리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런 짓 하지 않지. 지금 한창 뜨는 중인데 연수가 누군가의 바람 상대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배우 일은 망하는 거라고. 더구나 시아 같은 애는 건드리면 안 돼. 솔직히 주혁 씨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자기 욕구에만 집중하다가는 한 사람의 미래를 날려 버릴 수 있는데, 소영이에게 그런 짓을 한 걸로 충분하지 않나?” “…그래. 자기 말이 맞네.” 하준이 얌전히 맞장구를 쳤다. 괜히 여름의 기분을 거르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난 간다. 가서 주혁 씨를 완전히 설득한 다음에 와.” 그러더니 여름은 백을 들고 나가 버렸다. 하준은 여름의 뒷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여름의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주혁이 잘못된 길을 걷는 것 같았다. ****** 하던 일을 마치고 하준은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 “이 시간에 당직이야?” 진찰실에 들어선 하준은 가운을 입은 주혁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이주혁은 다른 의사들과 달랐다. 주민그룹의 가장 젊은 권력자이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의사로 환자들이 전 세계에서 돈을 싸 짊어지고 와서 치료를 받기 원하는 부류였다. 그래서 지금은 수술이 잡히거나 긴급한 환자가 있지 않은 한 당직은 기본적으로 하지 않았다. “여름 씨가 뭐라고 했어?”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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