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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조심스럽게 여름을 뒷좌석에 태우고 최하준은 얼른 젖은 옷을 벗겨냈다. 여름은 무의식적으로 막으려고 했다. 눈에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가만있어요. 조용! 좀 봅시다.” 최하준은 한 손으로 여름의 어깨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옷을 젖혔다. 뽀얗게 빛나던 우윳빛 피부가 온통 울긋불긋 피멍투성이였다. 보기에도 참혹했다. 최하준의 얼굴이 극도로 험악해졌다. 여름은 그저 부끄러워서 이거저거 생각할 처지가 아닌 데다 보여줄 만한 몸 상태도 아니었다. “아직 다 못 봤어요?” 여름이 부끄러워서 몸을 틀었다. 그러나 상처 부위에 자극이 가면서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만히 좀 있어요.” 최하준은 그대로 여름의 젖은 옷을 다 벗겨내더니 자신의 스웨터를 입히고 코트로 여름을 감쌌다. 최하준이 움직이면서 상처가 건드려질 때마다 여름은 ‘스읍’하면서 급히 숨을 들이켰다. “많이 아픕니까?” 최하준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 아픔 하나하나가 깊이 새겨져서 교훈을 좀 얻었길 바랍니다.” 다음부터는 함부로 곁을 떠나지 않도록, 자신의 곁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뇌리에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여름은 남한테 당하고 다니는 수치를 기억하라는 줄 알고 이를 악물면서 속으로 분을 삭였다. 최하준은 여름이 말귀를 알아들은 것 같아서 적잖이 안심되었다. 뒷문을 열고 나가면서 윤서에게 말했다. “친구가 잘 살펴줘요. 난 이제부터 운전해야 하니까.” ****** 차는 번화한 도시의 새벽길을 달렸다. 여름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윤서에게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 “왜 하필 저 인간을 끌고 왔어?” 윤서가 여름을 흘겨봤다. “야, 너 이번에 주화그룹 건드린 거 알아, 몰라? 온 동성에 양 대표고 선우 오빠고 널 보석 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없더라. 그러니 어떡해? 최하준 씨 찾아갈 수밖에.” “그러니까 하준 씨가 지훈 씨를 찾아가서 도와달라 그랬어?” 그제야 무슨 일인지 파악이 됐다. “지훈 씨도 널 위해서 주화그룹이랑 맞설 정도는 아니야, 알겠냐? 네가 지훈 씨 마누라도 아닌데.”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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