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1화
하준은 흠칫했다. 그렇다. 대뜸 여름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지 않으셨고 셀레만 제도의 주인이자 니아만의 안 주인이 되어 어마어마한 부를 손에 넣으셨으며 재가하셔서 다른 자식도 있다고 말한다면 여름은 자신을 사기꾼 취급할 게 틀림없었다.
한병후가 위로했다.
“양유진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든 그자가 강여름 씨와 계속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첫째, 만약 방금 내 말이 사실이라면 양유진의 CB그룹에 빨대를 꽂으려고 들 것이고 신세가 펴는 순간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용 가치가 끝나면 강여름 씨의 신세는 어떻게 될 것 같으냐?”
“그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준은 괴로운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반드시 여름이를 되찾아 오겠습니다. 저는 여름이가 그저 평온하게 행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 오늘 알게 되었는데 여름이가 저와의 사이에 생긴 아들딸을 낳아서 키우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냐?”
한병후가 깜짝 놀라더니 곧 미소를 띠었다.
“잘됐구나. 나중에 한 번 보자꾸나.”
“여울이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아들은…. 아마도 지금 저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할 겁니다.”
하준이 웃었다.
“아버지 일은… 어머니께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한병후의 표정이 확 변했다. 한참 만에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
“말해도 좋다만 굳이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구나. 그때 내가 란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 같구나.”
하준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한병후가 부탁했다.
“나에 관해서는 한동안 비밀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나가면 대외적으로는 우리 사이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물론 가디언은 전력으로 기술 이전을 해서 FTT가 이 난관을 뚫고 나가도록 도울 게다.”
“고맙습니다.”
하준은 갑자기 눈앞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물론 하준은 자기 혼자 힘으로도 재기할 자신이 있었지만 한병후가 도와준다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일어설 수 있을 터였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에서 나오는 하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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