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장
말을 마친 김상철은 곧바로 박기태에게 눈치를 줬다.
“박 집사, 얼른 호적등본 가져와.”
김도하는 어린 시절부터 김상철이 돌봐주었기 때문에 호적이 김상철에게 있었다.
지시를 들은 박기태는 무안해하며 김상철을 바라봤다.
“어르신, 얘들 일에는 저희가 끼어들지 않는 게 어떨까요?”
김상철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화를 버럭 내며 눈을 부릅떴다.
“박 집사, 더 이상 저 자식 감싸주지 마.”
“내가 눈뜨고 있는 한 오늘 무조건 이혼해야 해.”
김상철은 악인을 자처하더라도 이서현에게 자유를 돌려주고 싶었다.
너무도 단호한 그의 모습에 박기태는 하고픈 말을 삼킨 뒤 호적등본을 가지러 얌전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의도가 불분명한 김도하의 눈빛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할아버지, 설명 다 해드렸는데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꼭 저랑 서현이 사이를 갈라놓아야 속이 후련하세요?”
김도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그가 화를 내기 전의 징조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김수영은 깜짝 놀랐다.
“오빠, 할아버지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해?”
김도하는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수영. 지금 날 가르치러 드는 거야?”
그 말을 들은 김수영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을 꾹 다물고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김상철을 바라봤다.
김상철은 내색 없이 이서현의 표정을 살피더니 일부러 목청을 가다듬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도하.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어야지. 손자가 두집 살림하는 걸 뻔히 아는데 그걸 보고 할아버지가 어떻게 가만히 있니?”
“너랑 서현이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거지? 원하는 대로 해주마. 대신...”
김상철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밖에 있는 것부터 정리해.”
김도하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입을 벙끗했으나 끝내 한마디도 못 하는 그의 모습에 김상철은 실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침묵이 곧 그의 답이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만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정말 실망스럽구나. 넌 내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
때마침 박기태가 호적등본을 들고 위층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