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5장
이시연이 대답하기 전에 심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수님, 한 판만 더 해요. 이번엔 이길 수 있어요!”
그는 간절하게 상대를 바라봤고 약자에게 마음이 여렸던 이시연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마지막이에요.”
“좋아요!”
허리에 느껴지는 남자의 손길에 이시연은 카드를 나눠주는 사이 육성재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앉아 있는 거 안 힘들어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허리를 주무르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린 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을 기세로 더 가까이 다가갔고 이시연이 평소와 다름없는 시선으로 돌아봤지만 육성재는 애원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간질거려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녀를 계속 놀리다가 자신이 먼저 실수할 것 같았다.
그녀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본인은 알까.
카드 게임을 계속하던 이시연은 여전히 운이 좋았지만 심수호를 봐주고 있었다.
어차피 삼촌에게 그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신보다 두 살 어린 상대라 어린애 달래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임에서 이긴 심수호는 수탉처럼 머리를 높게 치켜든 채 오만하게 말했다.
“이 정도쯤이야.”
육성재는 어이없다는 듯 이시연의 손에 쥐어진 카드를 흘깃 쳐다보았다.
“난 안 불쌍해?”
“...”
하여간 너무 착해서 문제다.
“다 놀았으면 집에 갈까?”
그는 아직도 이시연이 조금 전 심각해 보이던 모습을 잊지 않았다.
“내가 일부러 마련한 자리인데 왜 그렇게 서둘러?”
심수호는 제대로 놀지 못한 듯했지만 육성재는 이미 이서연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놀아.”
그의 강경한 태도에 심수호도 더 말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이시연을 바라봤다.
“형수님, 다음에도 같이 놀아요.”
이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손에 든 카드를 본 옆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심수호, 숙모가 봐줬다는 거 모르겠어?”
“심수호가 아니라 그냥 육수호라고 이름 바꾸고 삼촌 자식으로 살아. 그러면 용돈을 배로 받잖아.”
말하는 상대를 바라보던 이시연은 심수호처럼 큰아이가 생긴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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