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9장
이시연은 본능적으로 신경이 곤두서며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눈동자 깊은 곳에서 암울한 기운이 번뜩였다.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가자 밖에 있는 사람도 무언가를 감지한 듯 문이 열리는 순간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와 두 눈이 마주친 이시연은 천천히 주먹을 꽉 쥐었다.
어젯밤에 비가 내렸고 가을비는 차가웠다.
우진영은 밤새 무릎을 꿇고 있었기 때문에 젖은 옷이 끈적끈적하게 몸을 감싸 춥고 배도 고팠다.
게다가 몸도 다쳐 얼굴이 훨씬 창백했다.
원래도 차가운 얼굴이 지금은 꼭 시체 같았다.
걸어 나간 이시연은 울타리 문에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고 남자와 3, 4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이시연 씨, 내가 잘못했어요.”
메마른 우진영의 목소리는 거친 사포처럼 들려 무척 불쾌했고 이시연은 농담이라도 들은 듯 피식거렸다.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차갑게 웃었다.
“잘못했죠.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바로 침대에서 갖고 노는 건데.”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전보다 더 소름 끼쳤고 이시연의 동공이 움찔하며 그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그러면 누구를 위해 이 쇼를 하는 거예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후회하지도 않으면서 대체 누구 보라고 엘 타운하우스에서 밤새 무릎을 꿇고 있는 건지.
우진영은 옆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면서 점점 더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었다.
“갚아야 할 빚은 갚고 나서 다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거죠. 안 그래요?”
그는 안경을 벗고 젖은 옷으로 무심하게 닦은 후 천천히 다시 착용했다.
그의 움직임과 느긋한 말투만 본다면 정말 성품이 좋고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그 누구보다 역겨웠다.
“이시연, 내가 원하는 것 중에 가지지 못한 건 없어.”
그는 사나운 표정으로 난간을 붙잡고 그녀를 악랄하게 바라보았다.
“넌 도망칠 수 없어. 언젠가 널 가두고 내 밑에 눕힌 뒤 환락에 젖은 교성을 들을 거야.”
이시연은 천천히 주먹을 불끈 쥔 채 눈빛과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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