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장
애초에 발 빠르게 처리했어야 했다.
육성재는 차갑게 그녀를 한 번 훑어본 뒤 잔을 가볍게 내려놓고 몸을 숙여 이시연을 안아 들고는 허소민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긴 다리로 걸어 나갔다.
사람들은 서둘러 길을 비켜줬고 권상준도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따라갔다.
“대표님, 대표님, 시, 저기, 사모님.”
권상준은 잠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몰랐다.
“가방, 사모님 가방이요.”
그러다가 마침내 육성재가 좋아할 만한 호칭을 골랐다.
그의 눈빛이 다소 누그러지는 것을 본 권상준은 자신의 임기응변에 박수를 보냈고 김정우가 물건을 건네받았다.
“고마워요.”
“삼촌, 사실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이시연은 투명하지만 술에 취한 기색이 역력한 듯 또렷하지 않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육성재는 그녀를 뒷좌석에 태우고 반대편으로 돌아서 다시 차에 탔다.
여자의 시선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육성재는 힘없이 웃으며 손을 들어 여자의 시선을 가렸다.
“좀 자. 집에 도착하면 깨울게.”
그런 눈빛은 도저히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늘 자제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는데 이시연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지곤 했다.
육성재는 소녀의 긴 속눈썹이 손바닥을 쓸어 간질이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시연은 그의 손을 떼고 턱을 갖다 댔다.
가뜩이나 작은 얼굴이 남자의 커다란 손 때문에 더 작고 섬세하게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전에 꿈을 꿨는데 그때도 이렇게 삼촌 옆에 앉아있었어요.”
육성재는 제법 인내심 있게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눌러보곤 했다.
“그리고 나선?”
그의 목소리는 마음을 사로잡는 인어의 목소리처럼 부드러웠고 이시연이 말을 이어갔다.
“그때 삼촌이 날 안았어요.”
“응?”
육성재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꿈에서 자신이 그녀를 안았다고?
김정우도 깜짝 놀라 백미러를 통해 뒤를 돌아보니 두 사람의 자세가 참으로 친밀했다.
어떻게 보면 김정우는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둘 다 뛰어난 외모를 자랑했고 무엇보다 육성재는 이시연 앞에서 말도 많이 하고 속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