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장
허소민의 시선이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에게 향하며 입가에 걸린 미소엔 은근한 조롱이 보였다.
권상준은 잔을 들어 몇 명과 인사를 나눈 뒤 다시 허소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허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허소민은 와인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권상준을 지나쳐 이시연을 바라보았다.
“이분은? 권 팀장님, 소개해 주실래요?”
이시연이 시선을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권상준은 허소민의 눈에 담긴 경멸을 보며 의아했다. 이시연의 정체를 모르는 건가?
그의 뒤에 있던 이시연은 잔을 살짝 들어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허 대표님, 여러 대표님 안녕하세요. 전 드림 엔터 직원 이시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원래도 낯이 익었던 사람들은 이시연의 이름을 듣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이엘 그룹 대표님의 약혼녀가 그들과 술잔을 기울인다고?
잔을 들어 올리는 그녀를 보며 누군가 바로 말했다.
“이 술 독해요. 여기 다 아는 사람인데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권상준도 그녀를 제지했다.
“술 마시지 말고 얘기만 해요.”
그의 말에 허소민이 웃음을 터뜨리며 손에 든 술잔을 흔들자 그 움직임에 따라 진홍빛 술이 잔 안쪽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도박판에서만 볼 것 같은 오기가 보였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
“인사하러 왔으면 술잔을 먼저 든 사람이 술을 마셔야죠? 안 그래요, 이시연 씨?”
원래는 그게 맞지만 문제는 상대가 육성재의 약혼녀였다.
하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은 허소민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육씨와 허씨 두 집안의 친분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순간 허소민이 농담인지, 정말 이시연을 겨냥한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시연의 얼굴은 무표정했고 불쾌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권상준이 그를 막아 나섰다.
무슨 소리.
이시연이 술을 마시면 그의 부사장 자리도 지킬 수 없다.
사람들은 권상준의 태도로 허소민과 이시연이 대치한다는 걸 알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들 늙은 여우들이라 우정이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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