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장
허준범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상관없고 아이들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육씨, 허씨 두 집안이 지금 이 자리까지 왔는데 남들이 뭐라고 할지 신경 쓸 필요가 있어?”
성미현은 차가운 표정을 짓는 육성재를 보며 허준범이 잘못된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 중 유일하게 육성재의 진심을 알고 있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 말대로 두 집안의 위치가 있는데 당연히 애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죠. 정민이는 좋은 애지만 시연이와 아무 감정이 없잖아요. 시연이와 성재가 결혼을 코앞에 두지 않았어도 두 사람이 일단 만나보고 연애나 결혼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녀의 말에 허준범도 체면이 있어서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성급했네. 시연이가 마음에 들어서 형수님에게서 데려갈 생각부터 했어.”
조은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늙은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았던 그녀가 남편을 돌아보자 육병찬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준범이 자네, 오랜만인데 한 판 할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허준범은 당연히 가고 싶지 않아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만 이렇게 덧붙였다.
“소민아, 너랑 정민이도 오랜만에 여기 왔는데 할머니와 말동무해 드려.”
허소민도 눈치를 채고 온화하고 예쁜 미소를 머금은 채 재벌가 아가씨다운 우아한 모습을 보였다.
“할머니,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그녀가 다정하게 조은희 옆에 앉자 조은희도 기분이 좋아 그녀를 끌어당기며 감탄했다.
“참 착하네, 내 생각도 해주고. 저 자식은 집에 와도 매일 일만 해.”
그녀는 화가 난 듯 육성재를 노려보며 허소민의 손을 두드렸다.
“넌 요즘 일하는 건 어때? 네 할아버지가 매일 우리 앞에서 네가 대단하다고 자랑하는데 서진이만 생각하면 난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
육성재는 옆의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내려 이시연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부드럽게 바뀌며 그녀가 두 모금 마신 컵을 슬쩍 가져와 옆에 놓았다.
“오느라 힘들지 않아? 위층 가서 좀 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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