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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장

허정민은 어이가 없었다. “할아버지, 자꾸만 함부로 엮지 마세요. 저 연예인인데 연애하면 돈을 못 벌어요.” 육병찬이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버는 그까짓 돈이 우리 집에 필요할 것 같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난 대배우라 출연료도 적지 않게 받는데 그게 어떻게 그까짓 돈이에요? 누나보다 많이 버는데?” 허소민이 왜 집안 회사를 두고 굳이 이엘 그룹에 입사해 직원을 자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랑도 모르는 육성재 때문에? 하지만 그는 자신도 드림 엔터에서 따지고 보면 이엘 그룹을 위해 돈을 벌어다 주고 있다는 걸 몰랐다. 이에 허준범은 걱정이었다. 두 손주가 집안 사업은 놔두고 이엘 그룹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도, 존중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조은희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한발 늦었어. 얘는 이미 성재와 약혼해서 우리는 좋은 날 잡아 결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네?” 허준범은 놀란 척했다. 육성재와 결혼한다고? 그럴 순 없지. 육성재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허소민은 어떡하나. “형수님, 농담이죠? 얘는 손녀가 아닙니까? 성재는 아들이고 세대 차이가 나는데 적절하지 않잖아요.” “뭐가 부적절하지?” 조은희가 반박했다. “다 내 자식이고 법이 허락하는데 부적절할 게 뭐가 있어?” “...” 그 말에 허준범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할아버지, 무슨 얘기 나누고 계세요?” 머리 위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와 허준범이 고개를 들어보니 다름 아닌 큰 손녀였고 육성재가 허소민의 뒤에 있던 방에서 나오며 그녀와 거리를 둔 채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뜨거운 물 한 컵을 들어 이시연에게 건넸다. “왜 말도 없이 왔어?” 자연스러운 행동과 덤덤한 말투를 봐선 두 사람이 평소 담담하고도 조화롭게 지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허소민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얼굴은 태연했고 허준범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자신의 큰 손녀가 좋아하는 사람을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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