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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장

허소민은 크고 작은 일을 겪어온 사람이었기에 말 몇 마디에 도발할 수 있는 강이서처럼 머리가 단순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고 눈에는 경멸의 눈빛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어르신이 왜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친손자인 육서진보다 더 챙겨주잖아요. 아줌마 부부도 왜 그렇게 잘해주겠어요? 이시연 씨, 정말 이 세상에 대가 없는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느긋하게 말을 끝낸 허소민의 입가에 가벼운 조롱이 번졌다. 이시연은 서리를 품은 듯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왜요, 강이준 일로 날 흔들 수 없으니까 이젠 이간질이라도 해요? 설마 내 부모님의 죽음이 육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앞에 있던 사람이 눈썹을 살짝 올리며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그녀가 이제 막 말을 이어가려는데 이시연은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미소가 닿지 못한 눈가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한겨울 찬바람처럼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허튼수작 집어치워요. 강이준이 나한테 한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나한테 상처를 줄 수가 없죠. 차라리 강이준에게 찾아가서 좀 배워요. 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싸늘했다. “나랑 육씨 가문 일에 그쪽이 끼어들 자린 없어요.” 말을 마치고 가려는데 허소민이 뒤에서 비아냥거렸다. “육 대표님이 그쪽을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자비를 베푼 적 없는 사람이 그쪽 대신 화를 내는 거라곤 허상 그룹 프로젝트 하나 가져가서 주가 좀 떨어뜨린 것뿐인데 허상 그룹이 영향이라도 받을 것 같아요?” 이시연은 막 뒤돌아보려던 찰나 누군가 가로막았고 주찬우가 손을 들어 그녀의 뒤통수를 눌렀다. “무시해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허소민을 돌아보며 안경 사이에 감춘 눈에 매혹적인 부드러움이 담겼다. “허상 그룹 주가 하락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왜 이렇게 먼 길을 찾아왔어요?” 허소민은 얼굴을 찡그렸다. “주찬우 씨?” 그가 왜 여기 있는 걸까. 그것도 이시연을 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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