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장
미친 건가.
이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반성하기 시작했다.
육성재는 고개를 숙여 천천히 약을 바르다가 그녀가 전보다 긴장을 풀자 통증이 사라졌다는 걸 알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린 소녀는 어느 순간 잠이 들어 있었다.
얼어붙은 샘물이 녹듯 그의 시선이 점차 애정으로 번져가며 속절없이 사람을 빠져들게 했다.
잠든 여자를 눕히고 육성재는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닫기 전 침대 위에서 잠든 사람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어두운 밤 속에서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이시연은 제작팀으로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고 육성재 역시 일찍 일어나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 일을 처리해야 했다.
“이젠 정말 별로 아프지 않아요.”
두 사람이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는데 이시연은 꽤 기분이 좋아 보였고 육성재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는 조심해. 호텔에 슬리퍼 바꿔 달라고 했어.”
그가 이렇게까지 사려 깊을 줄은 몰랐던 이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답했고 육성재는 그녀를 현장으로 데려다준 뒤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나자 이시연은 뒤를 돌아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허소민이 보였다.
그녀는 먼저 대화를 시작하고 싶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린 채 제작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허소민은 평소 입던 정장 대신 길고 날씬한 치마를 입었는데 몸매도 좋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모습이 완전히 있는 집 아가씨처럼 보였다.
허정민과 남매이니 허소민도 예쁘긴 하지만 그녀의 미모에는 다소 공격적인 면이 있어 직장에서 무척 유리하게 작용했다.
능력만 놓고 봤을 때 이시연은 그녀를 인정했지만 어떻게 그런 가족력과 우수한 학벌, 화목한 가정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오만하게 다가와 싸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시연 씨.”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만큼이나 차가웠고 이시연은 걸음을 멈추고 옆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허소민 씨, 할 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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