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장
애초에 투명한 유리가 아니었던 화장실 유리문은 안개로 가득 차 있어서 육성재는 더더욱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여자가 작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만 들렸다.
“미끄러져서 발을 삐었어요.”
나지막이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리는 걸 들으니 꽤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
“움직이지 마.”
말이 끝나고 이시연은 그가 갔다는 생각에 우선 옷이라도 입으려 했지만 움직이자마자 발목과 함께 이어진 다리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그녀는 이 순간 목욕 가운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스러웠다.
“삼촌?”
그녀가 떠보듯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이시연은 벽을 붙잡고 천천히 욕조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옷을 입기도 전에 욕실 문고리가 딸깍 소리를 내며 열렸고 이시연은 깜짝 놀랐다.
“삼촌, 나...”
나 아직 옷 안 입었는데.
육성재는 물안개 사이로 힐끗 보다가 재빨리 가운을 꺼내 상대를 감싼 뒤 몸을 숙여 가볍게 안아 들었다.
욕실에서 걸어 나오며 아래를 내려다본 그는 샤워하느라 열이 올라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이 복숭앗빛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았다.
여자를 침대에 눕힌 육성재는 다시 이불을 가져와 머리만 빼고 상대를 감쌌다.
그녀가 지금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육성재는 호흡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말했다.
“바를 약이 없는지 볼게.”
이시연은 재빨리 문을 나서는 그를 바라보며 순간 오늘 육성재를 이곳에 남긴 게 다행인지 후회할 일인지 몰랐다.
잠시 정신을 차린 그녀는 답답한 마음으로 잠옷을 갈아입었다.
그렇지 않으면 잠시 후 더 어색해질 것 같았다.
방에는 약이 없었지만 호텔 직원이 재빨리 약을 가져다주었고 육성재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시연은 이미 옷을 갈아입은 뒤였다.
문을 열자 마침 손을 뻗어 발목을 만지는 그녀의 예쁜 얼굴이 금세 구겨지는 게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눈시울을 적시며 다소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
“실수로 미끄러졌어요.”
육성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가느다란 그녀의 발목을 조심스럽게 받쳐주었다.
이시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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