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장
주예은은 배가 부르다는 이유로 더 이상 먹지 않았지만 마침 그녀가 먹을 때 시선을 돌렸던 육성재는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걸 보아냈다.
이시연이 상자의 포장을 풀고 한 조각을 그의 입에 건넸다.
“삼촌, 무슨 생각 해요?”
오늘따라 계속 멍하니 있는 것 같은데 결혼 얘기에 좋아하는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한입 베어 물었고 남은 반쪽을 가져갔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시연은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손가락에 아주 가볍게 닿는 것을 느꼈다.
순간 불에 데는 것 같은 느낌에 손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오직 그녀만 닿은 그 손가락이 불에 구운 것처럼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감추려는 듯 디저트를 집어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베어 물었다.
육성재는 풀을 먹는 토끼 같은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녹아내려 마음속으로는 계속 이곳에 함께 있고 싶었지만, 이시연은 오후에 할 일이 있었고 자신도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시연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돌아갔다.
“쉴 때 데리러 올게.”
남자의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 위로 향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시연은 그의 소유가 된다.
뒤돌아 아직 떠나지 않은 주찬우를 보자마자 육성재의 입꼬리가 천천히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사실 그날 이시연을 찾기 위해, 즉 약혼녀라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 위해 병원 입구로 달려갔을 때 그는 주찬우도 온 것을 봤다.
단지 그가 조금 더 일찍 도착한 것뿐이고, 만약 한발 늦은 사람이 자신이었다면...
다행히 그런 일이 없었기에 그는 눈을 내리깔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시연은 촬영장 밖으로 그를 배웅했고 몇 걸음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주찬우가 이시연을 바라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심히 가요.”
소녀의 달콤한 목소리는 아직 잔열이 남아 있던 초가을을 순식간에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뜨려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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