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장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리는 남자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더욱 이상해졌다. 하성에 육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 없었고 모두가 앞뒤로 어떻게든 애를 썼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 또한 가장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이시연이 튀어나와 균형을 깨뜨리자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모두 이시연의 과거를 뒤적였고 실제로 그녀가 육성재의 엘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이시연이 그의 침대에 기어들어 갔다고. 이미 그녀의 신분을 무시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더욱 경멸하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와 있으면서 육성재를 꼬드기다니. 이들은 육성재가 그녀에게 진심일 리가 없다고 단정 지었다. 이 바닥에서 남자들이 여자를 데리고 노는 건 지극히 흔한 일이었기에. 다만 육성재가 그걸 수면 위로 끌어올릴 줄이야. 그들은 그동안 집안 배경과 상관없이 육성재의 침대에 오르려는 여자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순간 잊은 것 같았다. 육성재는 손을 들어 이시연의 허리를 보호하듯 감싸며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약혼녀에게 불만이 많은가 봐?” 젊은 남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육 대표님, 전 그런 뜻이 아니라 대표님 대신 한마디 한 겁니다. 이시연 씨가 당당하다면 오해라고 해명해서 다들 좋게 넘어갈 일이 아니겠습니까?” 말을 마친 그가 옆에 조용히 서 있는 허소민을 슬쩍 보았고 허정민이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허소민이 말렸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니까 말썽 일으키지 마.” 이때 전지유와 주예은, 임지성 역시 다가와 이시연 옆에 섰고 주예은은 오빠를 툭 치며 나서서 말 좀 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육성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육씨 가문에서 결백을 증명해야 하나?” 말문이 막힌 남자가 재빨리 덧붙였다. “육 대표님이라면 당연히 해명할 게 없지만 방금 이시연 씨는 저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