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2장
여자는 자리에 서서 다소 경멸하는 시선으로 살짝 내려다보았다.
“이시연 씨?”
이시연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있는 사람을 살펴보며 의아했다. 오늘 제작진들은 전부 다 봤는데 왜 이 사람에 대한 인상이 전혀 없는 걸까.
여자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입꼬리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나는 이엘 그룹 본사 부사장 허소민이에요.”
“허 사장님, 안녕하세요. 본사에서 무슨 지시가 내려왔나요?”
이시연은 물어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작품에 이엘 그룹은 투자하지 않았고 굳이 상관이 있다면 그녀가 담당한 두 연예인이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정도였다.
“네.”
허소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놓고 그녀를 훑어보았다.
“별건 아니고 금방 해외에서 돌아온 내가 이엘 그룹 작품을 담당하게 됐는데 육 대표님 약혼녀가 여기 있다는 얘기를 듣고 궁금해서 와봤어요.”
그녀가 무심한 척 피식 웃었다.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다르네요.”
이시연의 미간이 움찔했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았다.
여자는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아도 눈빛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었고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 헤어졌을 때 강이준의 눈빛과 비슷했다. 다만 조금 더 상대를 살펴보며 판단하려는 모습이었다.
“이시연 씨, 육씨 가문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어떻게 아무런 소문도 나지 않았죠?”
이시연은 그녀의 질문에서 못마땅함과 경멸이 선명하게 들렸다.
“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허소민은 턱을 살짝 들어 더욱 조롱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이시연도 시선을 마주하면서 상대의 악의를 눈치채지 못한 듯 차분하고 동요하지 않은 눈빛과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 사장님, 우리 집안일에 관심이 많나 봐요? 어른들 일은 저보다 삼... 육 대표님께 물어보는 게 어때요? 잘 아는 사이 같은데.”
하마터면 또 삼촌이라고 부를 뻔했다. 오랜 세월 습관처럼 굳어진 호칭을 바꾸기가 참 어려웠고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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