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9장
성미현은 육성재가 보는 앞에서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천천히 앨범을 넘기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방 안은 조용해졌다.
성미현은 재빨리 앨범을 끝까지 훑어보았는데 앨범에 몇 장 추가된 사진에는 처음 보는 이시연의 모습이 있었다.
배경을 보니 국내 같지는 않았고 얼마 전 둘 다 외국으로 갔을 때 함께 있었던 건가?
이런 상황에서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성미현은 인생을 헛살지 않았다.
자기가 키운 양딸을, 아들과 결혼하길 바랐던 그 아이를 도련님이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걸까?
얽히고설킨 관계는 드라마로 찍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성미현은 앨범을 닫고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렸다.
“성재 씨, 할 말 있어요?”
남자의 입술은 가볍게 다물어졌고 얼굴은 차갑고 태연했지만 뱉은 말은 그 표정과 어울리지 않았다.
“없습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듯 살짝 고개를 숙인 그에게서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오랜 세월 동안 그는 이시연을 마음속에 품었지만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았기에 늘 절제하며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법이나 규정 따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대체!”
성미현은 앞섬을 움켜쥐었다.
짐작과는 별개로 육성재의 입에서 인정하는 말이 나오자 다소 견디기 힘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언제부터 육성재의 마음이 움직인 걸까?
하지만 이로써 그동안 육성재가 이시연을 왜 그렇게 다르게 대했는지 설명이 되었다. 그렇게도 티를 냈는데 그들 중 누구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본 성미현은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았다.
설마 육성재가 그동안 이시연을 줄곧 마음에 품고 있어서 다른 여자에게 곁을 주지 않은 건가?
이건, 이건...
“잠깐 생각 좀 할게요.”
성미현은 아무리 심호흡해도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시연이가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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