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장
김정우는 당황한 듯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제가 사모님 모시고 안에 들어왔는데 옆에 있으란 말 없으셔서 일하러 나갔죠. 대표님 책상 정리한 것 빼고 다른 건 모르겠어요.”
시선을 내린 남자의 긴 속눈썹 아래로 감정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유리알 같은 눈동자가 있었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
육성재는 책장에 눈에 띄지 않는 앨범을 흘깃 쳐다보더니 느긋하게 양복 단추를 채웠다.
“아니야. 일 끝나면 너도 일찍 돌아가. 난 먼저 갈게.”
그는 괜찮다고 했지만 김정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육성재는 더 따져 물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김정우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는 이미 문밖으로 나가 눈에 보이는 건 상대방의 외투 자락뿐이었다.
오늘 밤 육씨 가문에서 파티가 있다는 건 알지만 육성재는 일찍 퇴근하는 법이 없었던 터라 요즘 들어 이시연에게 무척 신경 쓴다는 걸 느꼈다.
김정우는 턱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아마도 대표님은 이시연이 이별로 속상해할까 봐 시간 내어 곁에 있어 주려는 것 같았다.
‘참 어른스러운 사람!’
김정우는 속으로 상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시연은 엘 타운하우스로 먼저 돌아가 짐을 챙긴 뒤 오후 2시 정각에 드림 엔터 건물에 도착했다.
한여름 오후 2시는 가장 더울 때고 오늘은 또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이라 햇빛에 눈을 뜰 수 없었다.
손을 들어 햇볕을 가리는 그녀의 하얀 팔은 강한 햇살 아래 투명해 보였고 푸른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미 도착해 있던 주예은과 임지성은 소풍 나온 학생처럼 즐겁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뒤엔 주찬우가 미소를 머금은 눈빛을 동생에게서 빠르게 걸어오는 여자에게로 돌렸다.
“이시연 씨.”
주찬우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이시연의 두 눈에서 의심의 눈빛이 깜빡이는 것을 본 그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전에 예은이가 유정 엔터로 갈 땐 특별 대우받기 싫다고 해서 제가 안 갔는데 이젠 다들 알고 저도 마침 할 일이 없어서 새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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