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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십 년이라니. 일편단심 자기만 바라보는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새 가정을 꾸린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내가 말이 없자 주다혜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우리 엄마처럼 배우자 때문에 화병 걸리지 말고 잘 살아가요. 더 제대로, 멋지게 살아서 배승호 씨한테 상처 준 사람들이 후회하게 해야 해요.” 나는 주다혜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인생 2회차처럼 바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나이였을 때 사랑에 눈이 멀어 가정을 풍비박산 낸 게 생각났다. 만약 그때의 내가 조금 일찍 이런 도리를 알게 되었다면 배씨 가문도 이렇게 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다혜 씨, 고마워요. 걱정하지 말아요. 이젠 다 내려놨어요.” “그럼 다행이에요. 제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면 이런 얘기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며칠 동안 나는 줄곧 혼자 병실에 있었기에 답답했었는데 주다혜가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럼 연예계에 들어오는 게 아버님께 복수하려고 일부러 그런 건가요?” 그러자 주다혜가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그랬었죠. 배우로 크게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도 없었는데 그 이복동생도 연예계로 데뷔를 한 거예요. 게다가 아빠는 돈을 들여 그 애를 몰아줬고 자연스레 데뷔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죠.” “그때부터 어떻게 해서든 배우로 성공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아빠한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내가 혼외자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이란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죠.” 주다혜의 말을 들으니 그녀의 성격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런 아버지에게 실망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꼬물이가 살아있다면 지금 곧 열 살일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절대 내 딸이 그런 수모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 노도경 감독님 작품은 잘 준비해야 해요. 작품에 들어갈 수 있게 되면 분명 인지도도 올라가고, 배우로서 입지도 한층 더 탄탄해질 거예요.” 그러자 주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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